오늘날 참스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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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참스승은 없다
  • 최동철칼럼
  • 승인 2020.05.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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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 27인이 존경하며 기억하는 27인의 참 스승을 소개한 책 ‘스승(김태준·소재영 엮음, 논형)’에 오늘날 스승들이 되새겨야 할 ‘참스승’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2008년 책이 발간되던 당시 이들 제자들 또한 ‘학계의 원로’ 스승으로 대부분 존경받던 인사들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27인의 참스승은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의 격변기를 살아내며 몸소 실천으로 제자들에게 지식 뿐 만아니라 인간의 도리까지 훈육했던 은사들이다.

 석전 박한영,  한힘샘 주시경, 만해 한용운, 단재 신채호, 가람 이병기, 담원 정인보, 외솔 최현배, 일석 이희승, 건재 정인승, 김교신, 함석헌, 무애 양주동, 도남 조윤제, 일사 방종현, 무돌 김선기, 석주선, 장암 지헌영, 일오 구자균, 청계 김사엽, 청명 임창순, 황순원, 연민 이가원, 조지훈, 나손 김동욱, 안병무, 백영 정병욱, 정판룡 선생이다.

 이들은 옳다고 판단한 일에 대해서는 치밀한 이론으로 상대를 설복해마지 않았으며, 다수결 원리까지도 거부하는 기개를 보여주었다. 역사와 지성을 일깨운 스승도 있고 지성의 분노나 대쪽 같은 선비의 기개도 실천으로 보여줘 일반대중에게 깨달음을 준 시대의 참스승들이다.

 헌데 오늘날의 스승을 한번 생각해보자. 내일이면 1958년 충남 논산에 위치한 강경여고(현 강경고) 학생들이 병상에 누워있는 한 스승을 위문하고 퇴직교사를 기리면서부터 시작된 ‘스승의 날’이 올해로 62년째를 맞이한다.

 불과 몇 명 여학생들의 생각만으로 출발한 ‘스승의 날’이지만 환갑, 진갑의 세월이 지나면서 5월15일은 달력에도 표시될 만큼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유래를 아는 사람이 드문 만치 오늘날 ‘스승의 날’의미도 많이 변모해 가고 있다.

 요즘은 스승도 제자도 그리고 학부모까지 부담스러워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예전엔 학부모나 학생들이 음식을 마련해 오찬을 대접하며 스승에게 꽃을 달아주는 등 진심어린 존경을 표현했다. 졸업생이나 동창생들도 스승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사은회를 가졌다.

 지금은 일회성 겉치레 형식만 남은 ‘스승의 날’이 아예 없어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스승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설사 사은회가 준비됐다 해도 존경심이 없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스승 스스로가 한사코 손사래 치며 고사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이 지경까지 이른 상황을 두고 원인분석이 분분하다. 일단, 오늘날 스승의 책무방기가 ‘스승’이라는 개념을 쭉정이로 만들었다는 자탄이 설득력이 있다. ‘월급쟁이 회사원’마냥 지식만을 단순히 전달하는 그저 ‘가르치는 기능인’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아 깨달음과 배움의 화두를 던져주는 참스승인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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