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동체를 붕괴시킨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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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동체를 붕괴시킨 자
  • 최동철
  • 승인 2020.04.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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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만든 법에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했음에도 상앙은 진나라의 사회공동체를 개혁한 공로자로 인정받는다. 반면 이사(李斯)는 붕괴시킨 자의 대명사가 됐다. 이사 역시 상앙처럼 진나라가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사는 극적인 인생을 산 인물이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쥐였다. 말단 관리로 일하던 젊은 시절 우연히 뒷간에 사는 쥐와 곳간에 사는 쥐의 행태가 다른 것을 관찰하게 됐다. 뒷간 쥐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했다. 곳간 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활환경에 따라 처신이 달라지는 장면에서 이사는 출세하지 못한다면 뒷간의 쥐처럼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느꼈다. 초나라 출신으로 성악설(性惡設)의 순자에게 학문을 배운 이사는 앞서, 상앙이 강력한 법으로 사회공동체를 건설해 강대국이 된 진나라로 갔다.

 그곳에서 훗날 ‘불로초’를 구하는 진시황 ‘정(政)’을 만나 자문역을 맡았다. 이후 이사는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널리 인재를 구하고 다른 나라 출신의 인재들을 ㅤㅉㅗㅈ아내면 안 된다’는 상소 ‘간축객서’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륙 통일 후 진시황이 된 정은 이사를 재상으로 삼아 제국안정의 역할을 맡겼다. 이사는 순자에게서 익힌 법가적 지식을 새로운 통일국가에 적용했다. 이 때 서적을 불사르고 유생을 구덩이에 묻는 분서갱유, 황제의 순시, 중앙집권제 수립 등이 시행됐다.

 개인적인 출세의지는 강했지만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은 결여되었던 이사는 성공을 거둘수록 사악함이 더해졌다. 순자의 제자로 동문수학했던 당대의 사상가 한비자를 시샘해 죽였다. 그러나 확고부동했던 이사의 지위도 진시황의 지방순시 중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장차 ‘사슴이 말’이라 윽박지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주인공 환관 조고는 유언을 조작해 진시황의 똑똑한 장남 부소가 아닌 다소 모자란 차남 호해를 황제에 앉히려는 음모를 꾸몄다. 이사도 조고의 편에 가담했다. 조고의 욕망과 사악함은 이사를 능가했다.

 결국 이사는 조고에 의해 작두로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으로 죽었다. 이사는 유능했지만 교활함 때문에 개인적으로 파멸했고 사회공동체를 붕괴시킨 인물의 상징이 됐다. 치정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의약, 점술, 농업에 관한 것을 제외한 민간의 모든 서적을 불태웠다.

 유사이래, 사회공동체 보은군의 지도자 중에는 발전을 도모한 자와 오히려 역행시킨 자가 있었다. 누구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상앙이나 이사같은 지도자들이 분명 있었다. 헌신적으로 보은군의 번영을 꾀한 자와 사리사욕, 입신출세만을 추구했던 자로 구분될 수 있다.

 보은군은 장차 소멸될 사회공동체로 분류된다. 누가 상앙이 되어 보은군을 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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