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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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을 그리며…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3.26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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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내 잊고 있었던 태봉산 정상에 올랐다. 오랜만에 드러난 에메랄드빛 창공 아래서 중년 여인 두 명이 운동기구를 다루고 있었다.‘안녕하세요?’인사를 하자  얼른 마스크를 두른다. ‘정상에서도 마스크라니!’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마파람에 실려 온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전달해 본다. 하산 중에는 무심히 뒹구는 참나무 잎 더미에서 전통 할미꽃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여기까지 용케 잘 견뎌 왔다며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사람대신 작은 꽃 한송이에 위로를 받다니~~’길가 바위틈에서 뾰족이 얼굴 내민 진달래 꽃 멍울이 사랑의 메시지를 날리고, 저쪽 바위틈에서 생강나무도 평화의 노오란 편지를 흔들어댄다.‘따스한 햇살 받으며 한가롭게 걷는 이 오솔길은 또 얼마나 감사한 축복인지~~’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일상의 단순하고도 작은 행복들이 불쑥 그리워지는 순간은 이렇게 글을 쓰게 한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신기루 같은 아지랑이도 볼 수 없는  3월의 들판을 걸어본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훈기 돌게 하는 봄바람만 혼자서 신이 났다. 봄은 논두렁 밭두렁을 뒤지며 쑥이랑 냉이랑 캐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등에 사르르 내려앉는 중이다. 겨우내 보이시지 않던 구순 할아버지 굽어진 등이 구불구불 지고 가시는 봄이다. 봄 햇살은 여전히 저리도 밝고 화사한데, 꽃바람의 기억은 모두에게 여전히 따스한데… 마을회관 현관문은 커다란 자물통이 걸려있고, 옆집 담벼락을 스치면서도 눈인사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도 평범하고 소박하였던 일상의 행복들이 애절하게 찾는 흑진주가 되어 버렸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절실함과 소중함을 모르듯이, 디지털 만능 요술에 파묻혀서 아날로그의 느림과 평화를 잊었듯이 말이다. 눈을 뜨면 갈 곳이 있어서 분주했던 아침의 일상들, 이집 저집 들리며 잠시의 쇼핑 나들이가 행복이었음을… 자식이 찾아와 음식을 나누던 그 때가 잔칫날이었던 것을… 친구와 수다 떨며 입을 벌려 웃던 일도 축복이었음을…지금은 메케한 미세먼지라도 실컷 마시며 배회하고 싶은 갈증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소박한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를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삶의 푯대나 가치관이 오판되고 추락하면서, 우리 곁에 늘 있었던 일상의 행복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3월이다. 정녕 인간은 이렇게 난감하고 어두운 굴레를 빠져 나와서야,‘한번만 더’를 외치며 살아야 하는 우매한 존재인가 보다.
 일찍이 파스퇴르는 말하였다.‘행복이란 받아들일 마음의 여지가 있는 자에게만 찾아와 미소 짓는다’라고 … 분수에 맞는 안분(安分)과 현재 상황에 자족(自足)함으로써, 부정적인 결박에서 벗어나 영혼의 자유를 찾아 해박의 길로 가라 하였다. 또 내가 살면서 나름대로 정립해 온 행복이란 이러하다. 첫째로 행복은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온전한 셀프이다. 같은 상황, 조건에서도 긍정적 발상과 부정적 발상에 따라서 행, 불행이 나눠지기 때문이다. 마치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마음처럼 말이다. 둘째,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와장창 부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행복은 우월한 지위, 품질 좋은 의식주, 값 비싼 골동품 따위로는 가름할 수 없기에 그러하다. 일반적인 틀. 규범, 한정된 견해, 그리고 권위주의, 맹목주의 같은 관념적 의식을 물리칠 때, 꽃마차는 행복의 언덕으로 달릴 수가 있다. 셋째는 감사의 생활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내 삶의 언덕에 행복의 조약돌이 무수히 널려 있어도, 내 영혼에 감사함이 없다면 행복의 조약돌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행복과 감사의 관계는 상호동반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산에 올라갈 때 못 보았던 논두렁의 연둣빛 실버들이 애절하게 하늘거린다. 오랫동안 긴장되었던 우리 안에 소로시 피어나는 봄꽃 한 송이 안겨오는 오늘이다. 그래도 신성한 생명체들의 메시지가 가득하고 남촌의 꽃소식이 날아드는 3월이다.
 이제는 불어오는 봄바람에 코로나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기를, 조만간 상점 문들이 활짝 열려서 경제가 회복되기를, 우리에게 소박하고 행복했던 일상들이 속히 돌아오기를, 병마와 싸우는 이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새봄이 되기를, 보은군정이 소통과 화합의 역사로 평화롭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靜(덧말:정)中(덧말:중)動(덧말:동)- 고요함 속에 알찬 움직임으로 축제의 4월이 도래하기를 기원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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