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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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그 때가 왔다
  • 최동철
  • 승인 2020.03.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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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가 또 왔다. 20여일 앞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국민의 직접 선택’일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국민인 지역유권자의 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실천할 대의자(代議者)를 뽑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선거’ 때만 되면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선시대 어느 양반마냥 안하무인 위엄스레 뽐만 잡던 현역이든, 아니든 간에 출마자는 굽실굽실 허리 숙여 절을 해대곤 한다. ‘선거 때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이 그럴싸해지는 때인 것이다.

 이 때가 되면 희멀겋게 번들거리는 얼굴의 정치인들이 갑자기 재래시장에 나타나 오뎅을 한입씩 베어 물기 시작한다. 쓰레기차에 올라타 손을 흔들기도 한다. 요즘은 ‘코로나19’사태를 득표에 활용코자 방역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된 길거리 소독약 뿌리기가 대 유행이다.

 헛공약도 남발한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을 선거 때마다 우려먹는다. 이번 임기에는 성사 안됐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반드시 이루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또 안 되면 그때 가서 또 다시 내걸면 그뿐이라는 게 복안인 듯하다. 이를테면 철도연결 같은 것 일게다.

 허기야 국회의원을 도적이라 불렀던 이도 있었다. 지금이 아니고 혈기왕성했던 예전의 시인 김지하다. ‘오적(五賊)’이란 담시를 발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재벌, 고급공무원, 장성(張猩오랑우탄: 將星을 빗댄 의미), 장차관 순이다. 당시의 국회의원은 두 번째 도적에 속했다.

 다음은 그 시중 일부다. ‘-선략..또 한 놈 나온다./국회의원 나온다.//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 투성이 몽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 일성, 쪽 째진 배암 샛바닥에...후략-’

 어쨌거나 이러한 국회의원의 추접하고, 졸장부 같은 행태는 1970년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지금도 당선 되고나면 어느새 목이 뻣뻣하게 무쇠처럼 굳어버리고, 지역신문 한 번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대처 큰물에서만 노니느라 분주하지만 예전 ‘금배지’와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일단 4년마다 돌아오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어쩜 임기 동안 선거구와 지역주민을 손톱 끝만치라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선거라는 심판일 것이다. 현명한 유권자들은 예전과는 달리 명철하고 냉정하다는 점을 출마자들은 알고 있다.

 유권자는 ‘선거’ 때에 최선을 다해 출마자들의 진면목을 조목조목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잘잘못을 단호히 심판하는 염라대왕 같이 무서운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침묵하거나 잘못을 묵인하면 결코 지역발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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