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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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의 흔적
  • 최동철
  • 승인 2020.03.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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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낮이 가면 밤이 온다. 밤이 가면 또 낮이 온다. 이렇듯 밤낮이 번갈아 가며 세월은 흐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또 여름이, 여름이 가면 가을, 겨울이 또다시 온다. 이러하듯 올 한 해도 이내 저물어 갈 것이다.

 어느덧 3월5일이다. 개구리가 잠을 깨고 뛰쳐나온다는 ‘경칩’이다. 세월이란 정말 빠르다. 나이 먹을수록 더 빠르게 느껴진다. 시간은 정녕코 쉬어가는 법도 없다. 손목시계 초침은 일각도 멈추지 않고 돌기만 한다. 장식을 겸한 커다란 벽시계의 추도 왔다갔다를 끊임없이 한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라는 서유석의 ‘가는 세월’ 노랫말처럼 가는 시간은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결국, 조금 전의 나는 이미 지금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일 수 없다.

 불가 경전 금강경의 사구게(四句偈)에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중국 당나라 선승 황벽(黃檗)은 이를 ‘과거는 감이 없고, 현재는 머무름이 없고, 미래는 옴이 없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기독교 신약성서 마태복음 6장34절의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와 일맥상통한다. 사실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찰나의 연속이다. 순간순간의 생각과 선택, 행동이 이어져 인생사가 엮어진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 대부분은 더욱 순간만을 인지하며 여생을 보낸다. 하릴없이 냉장고문을 열어보았다가 돌아서는 순간, 망각해 버리고 또 뒤돌아서 열어본다. 하루에도 수차례 그 행동을 반복한다. 기억 등 인지기능이 감소한 치매환자의 경우다.

 중증 치매의 경우, 거의가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대소변이 뭔지 모른다. 밥 먹는 순간마저 망각한 채, 음식물을 입에 잔뜩 넣고 우두커니 있기도 한다. 헌신적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인간존중의 연명생활로 오가는 세월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작금, 또 한편에서는 ‘마지막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한 인생파노라마를 펼치는 이들도 있다. 이제 불과 40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이나 충북도의원 보궐선거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이들이다. 시내 곳곳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절하는 모습이 애절하다.

 결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역병 ‘코로나19’의 악몽도 아직 지속되고 있다. 나나 이웃이나 할 것 없이 온 나라 안 사람들이 악몽 끝에 ‘몽유병’환자가 된 것 마냥 모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경칩 즈음의 농사준비나 예년보다 열흘 일찍 폈다는 봄꽃구경도 이미 물 건너갔다.

 어쩌겠는가. 우리는 살아가라 있는 것이니, 봄의 새싹들처럼 다시 일어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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