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개론(毒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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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개론(毒學槪論)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0.01.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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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은 생명체를 해치고 심한 경우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물질이다. 조물주가 참 묘하게도 이 세상을 만들어놓은 것 같다. 아름다운 이 세상에 죄악의 화신인 사탄을 만들어 넣고, 뭇 생물들에게는 양식과 독(毒)을 동시에 주었으니 말이다. 독(毒)은 준 것이 아니라면 뭇 생물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스스로 만든 것인가? 그러면 사탄이란 존재는 무엇이며 조물주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까진가? 모든 생물체의 몸에는 강약의 차이는 있어도 약간의 독성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물며 사람의 입에도 독이 있다고 한다. 그 예로 어느 기자한테 들은 이야긴데 어릴 때 참새 알을 끄집어내려고 지붕 속 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가 따끔해서 손을 뺏더니 독사가 손가락을 물고 길게 끌려 나오더라고 했다. 그래서 엉겁결에 옷으로 싸서 이빨로 여러 번 물어주었는데 이튿날에 보니 독사가 몸이 퉁퉁 부어서 죽어있더라고 했다. 이처럼 독은 자신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독은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죽이고 그 시체를 양식으로 하는 것이 뭇 생명체들의 생존방식이다. 그런데 남의 독은 위험하지만 이를 잘만 사용하면 몸에 약이 되기도 한다. 특히 독사의 독성이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니 말이다. 맹독성 식물인 “초오”도 법제를 통하여 먹을 수 있게 만들어 고질병 치료제로 쓴다. 독성은 강할수록 불치병 치료에는 강력한 처방이 된다고 하니 이것이 독의 양면성이다. 그래서 동물에게 약을 잔뜩 올려서 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것을 잡아서 보약으로 쓴다고 한다. 옛날에 들은 이야기지만 맛과 약효가 뛰어난 ‘오리다리’요리가 있단다. 산 오리를 큰 가마솥에 넣어서 불을 서서히 땐다. 그러면 차츰 솥 밑바닥이 뜨거워지고 오리는 양쪽 발을 서로 바꾸어 가면서 한쪽 다리로만 지탱하는 짓을 수백 수천번 하다가 결국은 지쳐서 죽게 된다. 그렇게 약이 바짝 오른 다리를 싹둑 잘라서 보약으로 해 먹는다고 했다. 같은 생명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자기 몸을 보하기 위해서 남을 모질게도 괴롭히는 인간들! 아, 이 세상은 참으로 악의 세상이다. 독이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약으로도 쓴다는 것을 안다면 매사는 양면성으로 보아야 한다.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 어릴 때에는 천형(天刑)인 문둥이가 치료제로 쓰려고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뒤숭숭한 소문들이 많이 나돌았다. 오영수의 단편작 “은냇골 이야기”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남편인 ‘김가’가 양식을 구하러 나가서 수일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혼자서 아이를 낳고 굶어서 기절해 있던 ‘덕이’가 남편이 준 미음을 받아먹은 후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애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자 “알나(어린애)가 없네?” “알나(애기)를 문둥이가 가주 갔제” “지 병 고칠라고 알나 가주 갔제” 하는 대목이 나온다. 지금은 모두 소록도에 집단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내 어릴 때만 해도 문둥이가 흔했다. 집근처인 대구 내당동에도 특별히 큰 나병원(전문병원)이 있었다. 그 병원 터밭에서 나환자들이 밭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빨갛고 파란 색 등 색깔이 짙은 옷들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떠돌이들은 시골동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시골에서 살 때는 우리 동네 들판 가운데에는 허름한 상여집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어디서 왔는지 그 안에 그들이 여럿이 들어가 있었다. 어느 날은 바가지를 들고 우리 집에 밥을 얻으러 오기도 했다. 한동안 거기서 살던 그들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좌우간 우리 같은 아이들은 그들만 보면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숨었다. 그 사람들이 아이를 잡아먹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만 하도 끔직해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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