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2일(是非是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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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일(是非是非)
  • 최동철
  • 승인 2019.12.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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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12일’을 약칭으로 ‘시비시비’라고도 한다. 소리 나는 대로다. 엉뚱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굳이 한자로 표기해 본다면 ‘是非是非’다. 잘잘못,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근대사에 ‘시비시비’가 정의를 바로 세운 날로 기록된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만 40년 전인 ‘1979년 12월12일’을 이른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때, ‘12·12 군사쿠데타’로 정의되기까지 약 13년간 그 사건은 ‘혁명’이란 미명으로 불렸다.

 12·12 군사 반란은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 세력이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등을 체포한 사건이다.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12·12 군사 반란으로 군부 권력을 장악하고 정치적인 실세로 등장했다. 이후 1980년 5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또 한 번의 5·17 공작을 일으켜 정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5·17 음모에 항거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강경 진압했다. 헬기의 기총사격도 증언에 의해 최근 확인되고 있다. 전두환은 8월 22일에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고 1980년 9월 대한민국 제11대, 1981년 제12대 대통령이 됐다. 1988년엔 노태우도 제13대 대통령이 됐다.

 또 하나의 시비시비는 일제강점기에 살다간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의 ‘12월12일’이란 중편소설이다. 20살 되던 해 쓴 처녀작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공포와 불안의 영원한 도주를 멈출 수 없는 추방된 자의 불행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조선총독부 주관의 월간잡지 ‘조선’에 11회로 나누어 국문으로 실렸다. 특이한 것은 작품 연재 1회와 4회째 각각의 서문을 썼다. 첫 번째 서문은 ‘불행한 운명’은 어떤 방식으로도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이 소설의 창작의도이자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서문은 이 소설이 실망 가운데 있는 자신이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쓴 ‘무서운 기록’임을 밝혔다. 이 작품은 가난으로 인해 고향과 집을 등지고 일본에 간 주인공이 10여 년 후 얼마간의 재산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고향에서의 사업과 집이 다시 잿더미로 변하고 마는 비극적 운명을 다루고 있다.

 소설 속 ‘12월12일’은 재기하려던 고국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이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한 날이다. ‘12월 12일’의 표층적 의미는 바로 인생에 대한 절규이며 원점으로 회귀하는 숙명적인 아이러니 그 자체를 다뤘다.
 한 해 마지막 달을 넘기는 모든 이들의 회심과 새해를 바라는 희망이 교차하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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