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돌바람' 불어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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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바람' 불어 좋은날
  • 최동철
  • 승인 2019.11.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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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시작은 입동이다. 하지만 본격적 겨울의 시작은 소설(小雪)부터라고 했다. 이때부터 한반도에 얼음이 얼고 눈발이 날린다는 것이다.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올해의 소설은 11월22일인 바로 내일이다.

 이웃 중국에서도 소설이 지나면 만물이 생기를 잃고 천지가 폐색되어 진짜 겨울이라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평균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따금씩 따뜻한 햇살이 비쳐 포근한 날도 생기는데 이런 날은 소춘(小春)이라 불렀다.

 소설과 관련된 옛 일화 중 ‘손돌바람’이 있다. 옛 속담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는데, 소설 전후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여 이 때는 대체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를 ‘손돌바람’ ‘손돌추위’라고 했다.

 즉,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피신하게 됐다. 강화도는 한반도의 다섯 번째 큰 섬으로 1970년 강화대교가 건설되면서 육지와 연결이 되었지만 그 때는 한강 하구에서 배를 타고 험한 물살을 건너야했다.

 경험 많은 뱃사공 손돌은 임금을 위해 나름 안전한 물길을 택해 최선을 다해 배를 몰았다. 하지만 백성 버리고 도망가던 마음약한 임금은 물살에 배가 조금만 흔들려도 잔뜩 겁을 먹었다.

 급기야 손돌이 자신을 해치려고 일부러 소용돌이치는 거센 물길만 찾아 배를 몰아간다며 “손돌의 목을 베라”고 명했다. 이에 죽음을 맞게 된 손돌은 그 상황에서조차도 임금의 안위를 위해 “배에 있는 박을 물살에 띄워 그것을 따라가라”고 유언을 했다.

 손돌의 말대로 했더니 임금과 일행은 무사히 강화도에 배를 댈 수 있었다. 그 제서야 임금은 비로소 자신의 불찰을 깨닫고 손돌의 충성에 감동했다. 그리고 현재의 대곶면 신안리 덕포 하류 산꼭대기에 손돌의 묘를 만들고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손돌이 억울하게 참수당해 죽은 날은 음력 10월20일이었다. 따라서 소설 즈음이 되면 손돌의 원혼에 의해 추운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손돌바람’이라 하였고 이 여울목은 ‘손돌목’이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근 어부들은 이날 바다에 나가는 것을 삼갔다. 또 일반인들은 겨울옷을 마련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전한다. 다만 손돌의 일화가 고려사 등 다수 문헌에 실려 있지만 시기가 맞지 않는 등 정설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소설의 ‘손돌바람’ 앞에서 몸을 사리기보다는 가슴을 활짝 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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