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을까. 물을 받아먹지 못한 농작물이 하루가 다르게 타들어 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도 어떻게 구제해줄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스프링쿨러도 동원하고 물차도 동원하고 레미콘 차도 동원이 되지만 한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붓지 않으면 금새 땅속으로 스며들기 일쑤다.
그도 그럴것이 하늘에서 뜨거운 햇빛이 내리쫴 연일 30도를 오르 내리기 때문에 이미 땅은 물기가 하나도 없다. 물 몇 차 부어봐야 농작물이 흡수하기도 전에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언제 물을 주었나 싶게 증발, 또다시 땅은 뽀송뽀송해지고 만다.
그래도 애타게 물을 기다리는 농민들에게 이러한 용수 지원을 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농민들은 물차만 보면 굳었던 표정을 웃음으로 채운다. 올해 수확할 농산물이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에 쌓여있는 농민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년농사를 잘 지어도 제값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어 항상 밑지는 장사만 하고 있는 그런 농민들이 그것이라고 수확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데 올해는 하늘조차 메말라 거둬들일 농산물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쌓여있다. 도대체 한 해 살림밑천은 무엇을 어떻게 해서 장만해 꾸려갈지를 막막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요즘의 농민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농부의 자식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가슴이 저려올 것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각계각층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미담의 현장이 계속 제보되고 있다.
모두가 농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농민들의 손에만 행정기관에만 맡겨놓지 않고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향의 농민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듣고 있는 출향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들의 부모, 형제, 자매, 친인척이 이렇게 벼 한포기라도 고추 한포기라도 살리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혹시 도시에 살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적인 상황이라고만 돌리고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들 도시로 도시로 떠난 빈 들을 출향인들 몫까지 지키며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우리의 생명산업을 이어가는 농민들을 생각하자.
농민들은 지금 도시 사람들은 날씨좋고 즐거운 주말이라며 휴양지로 떠나는 그 하늘을 원망하고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을 쳐다보기 싫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을 하늘이기 때문이다. 지금 고향 보은은 농작물만 마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민도 말라가고 공무원도 말라가고 있다.
<그래도 보은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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