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채비
상태바
입동채비
  • 최동철
  • 승인 2019.11.07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5)

 내일은 입동(立冬)이다. 24절기 중 19번째 음력 시월의 절기다. 이날부터 한반도의 겨울이 시작된다. 약 3개월간 지속되는 엄동설한 겨울의 첫날인 셈이다. 허기야 조용하고 고독한 한 밤중 후드득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이미 겨울에 들어섰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나무, 사철나무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온갖 식물군은 줄기 끝까지 보냈던 수분을 뿌리 쪽으로 환원한다. 동파방지로 가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입동이 지나면 산천에 물이 얼기 시작한다. 겨울잠 자는 동물들도 땅속이나 썩은 큰 나무 밑동에 굴을 파고 들어갈 때다.

 우리 선조들도 입동을 전후해 네 가지 정도 풍습으로 월동채비를 했다. 천지신명에게 고사를 지냈다. 지금이야 첨단기술의 수출위주 공업입국이지만 예전에는 농경사회였다. 곡물을 채워뒀던 곳간, 외양간, 마을 입구의 돌무지나 장승이 주된 고사 장소였다.

 가을걷이를 무사히 끝나게 해준 감사의 의미가 담긴 천지자연에 대한 제례이자 축제였다. 고사가 끝나면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후한 인심도 행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기독교의 추수감사절과 엇비슷할 것이다.

 고사를 마친 뒤 가장 큰일은 김장이었다. 요즘이야 배추 등 채소류 뿐 만아니라 각종 김치 류도 365일 구입하여 먹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못했던 옛날의 겨울 반찬은 김치가 전부이다시피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채소류를 김장하는 지혜를 가진 유일한 민족이 우리다. 고로 김장담그기는 이래저래 우리 민족의 주요행사이자 전통이 됐다.

 입동전후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가장 맛있다. 하여 선조들은 이때쯤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했다. 한꺼번에 날짜가 겹치기 때문에 품앗이로 진행됐다. 지금은 김치냉장고에 보관 숙성하지만 옛날에는 땅에 묻은 항아리에 김치를 담고 볏짚으로 단도리를 해뒀다.

 또 김장을 마무리 한 뒤엔 치계미(雉鷄米)를 행했다. 예부터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지 않던가. 치계미는 ‘노인들을 사또처럼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동, 동지 날과 섣달 그믐날 등 세 차례 자발적으로 행해졌던 양로잔치였다.

 선조들은 이밖에도 입동 날씨를 보고 내년의 풍년여부를 점쳐보기도 했다. 이른바 ‘농사점’ ‘날씨점’이라하는 ‘입동보기’다. 이를테면 입동 날이 추우면 그 해 겨울이 엄청 엄동설한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입동 전, 보리 싹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오면 보리풍년의 예고라 봤다.

 초고령사회 보은군은 노인대상으로 독감예방주사를 시행했다. 입동 채비를 마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