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네 생각이 옳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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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네 생각이 옳으냐?
  • 최동철
  • 승인 2019.10.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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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10여 년 전, 네가 옳다고 한 선택과 결정이 지금도 옳으냐?”
수세기 전엔, ‘온 우주가 지구를 중심해서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이 진리였다. ‘지구가 자전하며 태양주위를 공전한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이단이었다.

 당시의 핵심가치는 천동설이었다. 정치, 사회를 떠받치는 지배층의 세계관이 핵심이 되어야 하는 시대상이었다. 신학이 부여한 이론에 따라 세상은 움직여야 했고 다른 과학적 증거는 자체로 불경하고 폐기되어야 할 금기사항 이었다.

 이처럼 ‘옳다’ ‘그르다’를 구분하는 척도는 당시의 사회상이나 지배층의 핵심가치에 따라 달랐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대나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 시대의 정치적 범법자들이 최근 재심을 거쳐 무죄선고를 받는 이치도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과 같이 위정자들의 당파싸움만으로 온 나라가 궁핍했던 시절, 친정아버지, 남편, 아들 셋이 굶주림을 면해보려 살인강도짓을 하다 붙잡혔다. 재판관은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집안 남자 모두가 몰살될 형편에 처하자 딸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인 한 여인이 구슬피 울며 재판관에게 “선처해 달라”고 애걸했다. 이에 법관은 단 한명만을 살려주겠다며 선택을 요구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부녀자는 친정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당초 뭇 사람들은 여자를 비난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아들대신 곧 늙어죽을 노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자가 말했다. “재가를 하면 남편과 아들은 또 생길 터이지만, 아버지는 내가 만들 수 없잖느냐”고 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옳은 생각’이라고 받아들였다.

 모든 결정을 자기편에만 유리하게 해석하여 내린다면 편파가능성이 매우 높다. 객관적이고 보편타당성 있는 선택이 그나마 옳은 결정일 수 있다. 요즘은 사적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파적 극우 개인 ‘유튜브’방송에 매료되어 ‘그릇된 사회적·정치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소설에 장발장이 성당에서 은쟁반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혀 확인 차 성당에 왔다. 신부는 장발장을 절도범이라 해야 옳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네, 왜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나?”하면서 은촛대까지 내 주었다.

 장발장이 풀려난 후 신부에게 물었다. “왜 제게 이렇게 하십니까?” “이 은으로 자네의 영혼을 사기 원한다네. 자네의 영혼을 하나님께로 돌릴 수만 있다면 이 은쟁반 은촛대가 아깝지 않네”. 결국 법을 뛰어넘는 신부의 옳은 판단이 장발장의 인생을 바꿔놓게 되었다.

 정상혁 보은군수의 주민소환과 관련 찬반론자 모두는 ‘무엇이 옳은가’를 다시금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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