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전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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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전의 양면성
  • 김인호
  • 승인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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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부면 벽지리 일명 찬샘이라 불리는 약수터. 사시사철 바위틈에서 물이 끊이지 않고 샘솟는 곳이다. 보기엔 그저 산골 마을 어느 곳이나 볼 수 있음직한 평범한 샘터로 보인다. 그런데 찬샘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인근마을에 잘 알려져 있다.

샘솟는 약수로서 물맛도 물맛이지만 피부병이나 각종 질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주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자주 애용해 왔던 곳으로 심지어 영험한 샘물로 인식해 오고 있다. 이 지대가 맥반석 층이란 분석도 있다. 하나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주민들 상수도로 쓸 암반관정과 농업용 관정이 들어서면서 샘이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암반관정은 식수부족과 농업용수부족으로 해마다 어려움을 겪은 주민들에겐 숙원사업이었다. 다행히 관정이 들어서면서 상수도가 설치된 이웃에게서 물을 길어다 먹고 농업용수부족으로 애가 끓는 불편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 문명의 이치인가, 편리함을 얻은 대신 전통적으로 내려온 찬샘에 전엔 볼 수 없었던 물이 마르는 일이 자주 벌어져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허탕치거나 샘에 신비성이 있다고 믿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주민들은 찬샘과 관정을 같은 암반층으로 보고 샘을 살려보기 위해 농업용암반관정에 그라우팅을 치기로 계획했다. 그라우팅은 관정에 건수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공법으로 상수도관정엔 건수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나 농업용엔 굳이 할 필요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샘을 살려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도해보고 이도 아니면 다른 각도로 샘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관정의 혜택을 입는 주민들은 일단 관정에 대해서만큼은 편한 삶으로 유도한 잘한 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란 견해다. 반면 일부 주민과 정든 고향을 떠난 오래된 출향인의 시각에선 점차 변해 가는 마을 모습에 안타까움이 서려 있는 듯 보인다.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앞뒤동산, 흙담장, 고샅길 등이 현실에선 시멘트 포장길로 바뀌고 전엔 볼 수 없던 잘 지어진 양옥집이 흉물스런 빈집과 어우러진 부조화로 달콤하던 고향의 향수를 마음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분명 누가봐도 마음 한켠에 자리한 옛고향의 모습은 아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저 고향이 발전해 가는 과정이려니 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돌아선다는 한 출향인이 고향을 찾을 때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전한다. 주변경관 등 옛 모습과 달라진 찬샘과 관련해서도 찬샘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훼손된 처참한 모습으로 분명 심하게 다친 찬샘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분개하고 있다.

환경파괴를 이유로 찬샘의 원형을 변형한 관련자들이 못마땅하다 못해 자질론까지 대두하고 있다. 환경문제 어떤 잣대로 봐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얼마 전 박종기 군수는 한 공식석상에서 보은군의 인구가 20만이라고 표현했다. 핵심은 출향인도 이곳에 사는 군민들 이상의 마음으로 보은군을 생각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군민이라는게 요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 아닌가. 하나 바람직한 관계는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이 아닌 주고받는 것이다.

앞으로 무수히 닥칠 환경보존과 개발의 문제, 지역내 다양한 욕구의 갈등, 지역주민과 출향인 사이의 시각차 등을 어떤 접근방법으로 승화시켜 나갈지 조화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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