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왜,가왜,토착왜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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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왜,가왜,토착왜구’란 무엇인가
  • 최동철
  • 승인 2019.09.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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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터넷상에 ‘토착왜구’라는 신조어가 등장한다. 일본 아베총리가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문제를 경제로 압박하는 못된 짓을 시행하자 더욱 도드라졌다. 특히 일본에 맞대응하는 우리 정부를 무모하다며 비판하는 자유한국당 등을 에둘러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친일망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정상혁 보은군수도 인터넷상 일부 댓글주의자들에겐 ‘토착왜구’라 지칭된다. 보은군수 정상혁 퇴진운동본부가 ‘친일군수 정상혁’이라 호칭했으니 저절로 토착왜구가 되어버린 셈이다.

 ‘토착왜구’란, 사학자들의 말을 빌면 여태껏 ‘토착왜구’라는 말은 어디에도 나온 적이 없다. 다만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을 볼 때, 왜구에 가담해 약탈과 납치를 일삼던 백정, 광대 등 일부 하층민이 존재했는데 이들을 역사서에 가왜(假倭)라 기술했다.

 가왜는 말마따나 ‘가짜 왜구’로 고려나 조선인이 일본해적인 왜구로 가장하여 동족인 민간을 약탈하던 자들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토왜(土倭)와 구분된다. 즉, 가왜가 토착왜구의 원형이라 할 수 있으며 가장 근사치에 가깝다.

 토왜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여 무단식민통치를 시작하던 1910년 8월 직전, 6월22일자 대한매일신보 2면 ‘土倭天地’(토왜천지) 란에 설명되어 있다. 전우용이란 사학자는 이 신문 글을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가 토왜라 정의된 내용이라 했다.

 오로지 사리사욕을 위해 조국과 동포를 배반하고 일제에 빌붙어 간, 쓸개, 뼛속 골수까지 왜놈화 했던 자들이 바로 토왜인 것이다. 사실 토왜란 단어는 훨씬 윗대부터 기록됐다. 경술국치 16일 뒤, 자결한 황연이 1864년부터 47년간 서술한 역사서 매천야록에 있다.

 매천야록에 우리 통역관들이 무고, 살인, 약탈 등을 외구(外寇)보다 더 심하게 하므로 사람들은 그들을 ‘토왜’라 부른다고 기술했다. 여기서 외구는 외국으로부터 쳐들어오는 외적을 뜻하는지, 또는 왜구의 오기인지는 불명확하다.

 여하튼 역사가 진명행은 기술된 ‘토왜’가 ‘권세를 등에 업고 가렴주구하는 향반들, 토착세력들로 외세보다 더 나쁜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였음을 알 수 있다’고 정의했다. 또 일제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당하고 단발령이 강제 시행되자 성리학 유생들은 토왜 척결을 외쳤다.

 을미항일의병운동이다. 이들은 군수급 이하의 관리들을 토왜로 규정하고 주살하기도 했다. 군수가 단발령에 따라 앞장 서 군민들에게 상투를 자르게 하고, 왜학문(신학문)을 소개하는 모습을, 소중화(小中華)를 주창하던 당시 성리학 유학자들은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다.

 어쨌든 이 땅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할 일제 잔재 ‘그것’들을 지칭하는 용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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