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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아닌 잡초들
<402>
[1437호] 2019년 07월 25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농촌에 산다는 건 잡초와의 동거를 의미한다. 잠시 한 눈을 팔다보면 텃밭은 물론 마당마저 제 집이라며 살림을 차린다. ‘한 번 살아 보겠다’ 얼굴 내민 게 대견해 관용을 베풀면 이내 무성해진다. 그럼 이웃 할머니들은 혀를 차며 ‘게으른 사람’이라고 흉을 본다.

 우리나라 밭에서 자라는 잡초는 375종이다. 6월에는 바랭이, 질경이, 강아지풀, 쇠비름, 방동사니, 깨풀, 중대가리풀, 개비름, 밭뚝외풀, 명아주, 닭의장풀, 개망초 등이 주로 자란다. 장마가 올 때까지 가뭄을 견뎌낸 7월 잡초는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잡초는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 다음이 어릴 때 호미로 긁어내 버리는 것이다. 그 때를 놓쳤으면 이젠 온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 참비름과 쇠비름 명아주처럼 잎이 넓은 잡초의 생장점은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있다.

 호미 등으로 긁어주기만 해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쇠비름의 경우, 잡아채면 도마뱀 꼬리 자르듯 줄기가 뚝뚝 끊기며 뿌리를 보존한다. 또 줄기가 흙에 묻히면 뿌리가 생겨 다시 나오기 때문에 끊어진 줄기가 땅속에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볏과의 바랭이나 방동사니처럼 잎이 가늘고 긴 잡초는 생장점이 뿌리부분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다시 자라지 않는다. 잡초 중에서도 강한 생명력이 으뜸인 질경이는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 동질성과 함께 많은 교훈을 준 약초이기도 하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를 않고/밟을수록 밟을수록 억세어지는/길바닥에 피어난 질경이라/질경이어라.”는 ‘질경이 아리랑’이란 옛 노랫말 대목이다. 숱한 외침 속에서도 은근과 끈기로 버텨낸 배달민족의 근성과 흡사하다는 의미다.

 질경이는 차전초로도 불리며 만병통치약으로 통용된다. 생즙을 내어 먹으며 주로 비뇨기, 호흡기 질환에 약효도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엉겅퀴는 간해독, 황달, 민들레는 인후염, 급성위염, 쇠비름은 이뇨제 해독제로, 씀바귀, 고들빼기도 모두 훌륭한 약재역할을 하는 잡초들이다.

 17년간 전국을 돌며 채집한 야생들풀 100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종자은행을 세운 바 있는 고려대 강병화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다”고 정의를 내렸다.

산삼이라도 잡초가 될 수 있고, 이름 없는 들풀도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잡초는 잡초가 아닌 것이다. 그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을 뿐이다.

 요즘 일본 지도자 아베가 해코지하는 짓을 지켜보노라면 분노가 치민다. 뙤약볕, 온 몸 흥건히 땀에 젖도록 텃밭의 잡초를 뽑으면서 화를 삭인다. 그 놈은 언제쯤 후회하며 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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