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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먹을거리
<400>
[1435호] 2019년 07월 11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조선시대, 세종에서 성종 대까지 무려 여섯 임금 아래에서 문필 대가로 군림했던 학자 서거정의 ‘삼복(三伏)’이란 시구는 이러하다. ‘한 주발 향기로운 차 조그마한 얼음 띄워/ 마셔보니 참으로 무더위를 씻겠네/ 한가하게 죽침 베고 단잠이 막 드는 차에/ 손님 와서 문 두드리니 백번인들 대답 않네’

 복날은 엎드릴 복(伏)자가 알려주듯 다가 올려는 가을의 음기가 아직은 여름의 양기에 눌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굴복한다는 날이다.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 20일 동안에 열흘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이 있다. 복날은 어쨌거나 연중 가장 무더운 날이라는 의미다. 

 예전엔 복날에 개울이나 계곡을 찾아 복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물에 발 담그고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개장국을 끓여먹는 복달임이 그것이다. 일설에 복(伏)을 파자하면 사람(人)이 개(犬)를 끌고 가는 상형이기에 복날 개고기 먹었던 세습은 대륙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특이한 것은 삼복 즈음하여 밤하늘에 유별나게 밝은 빛을 내는 별이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이를 큰개자리의 시리우스(Sirius)라 하고,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 부른다. 로마시대 서양에서는 이 별의 밝은 열기가 태양에 더해져 더위가 가중된다며 개를 잡아 제사지내는 개의 날(Dog's day)로 정했다. 동서고금 복날과 개는 연관된 셈이다.

 어쨌거나 요즘은 복날 먹을거리 중심에 있던 개장국 식문화는 쇠퇴하고 있다. 이제는 개가 사육 의미에서 벗어나 가족이나 동무와 같은 반려견이라는 지위를 획득한 때문 같다. 허기야 더위는 더위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끓여먹는 복달임 풍속에 개장국 말고도 먹을거리는 무진장했다.

 삼계탕도 즐겨 먹었다. 요즘은 밀봉진공 포장되어 끓는 물에 잠시 담갔다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즉석 먹을거리로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용봉탕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잉어나 자라 그리고 닭을 푹 고은요리다. 임자수탕은 참깨를 불려 껍질은 벗겨내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거른 뽀얀 깻국에 영계를 푹 삶아 고은국물을 섞어 차게 먹는 냉탕이다.

 이외에도 팥죽을 쑤어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도 있었다. 또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 어저귀국이나 미역국에 국수를 말아 먹기도 했다. 호박전을 부쳐 먹거나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 넣어 볶아도 먹었다.

 미꾸라지를 산 채로 넣고 서서히 끓여 두부 속에 들어가게 한 도랑탕도 먹었다. 민어국, 흑염소탕, 장어백숙, 미역초무침, 메밀수제비, 추어탕, 오골계와 뜸부기, 자라탕, 메기찜 등도 보양식이라며 먹는다.

 ‘무더위만 빼고 몸보신에 좋다는 것은 뭐든’이라는 게 복날 서민들의 먹을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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