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없는 보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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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없는 보은군
  • 최동철
  • 승인 2019.06.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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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충북도 내에서 기찻길이 없는 시군은 보은, 괴산, 진천군뿐이다. 일설에는 일제강점기 유림과 양반 등 지역민들이 철로설치를 반대하여 보은군을 비켜간 것으로 알려진다. 허나 이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일제의 경부선 건설계획에 보은군을 통과해야할 이유가 애시 당초 없었다. 추풍령 대전 조치원 천안으로 이어지는 경충가도 선상에 위치하지 않았다. 다만 청주가 대전 대신 호남선과의 분기점역으로 낙점됐다면 보은에 철길이 놓였고, 국토의 균형발전이 보다 원활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당시 보은군은 맹지라 할 정도의 오지 중 오지였다. ‘춘향전’에 나오는 첩첩산중 변방고을 이른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만큼이나 두메산골이었다. 언뜻 보기엔 19번 국도가 남북을 잇고, 25번 국도와 37번 국도가 동서를 관통하는 교통 요충지다.

 예부터 외세침략 등 나라 안에서 난리가 나면 보은군은 유력한 피난지 중 하나였다. ‘척왜양창의’를 내세움으로써 동학란을 동학농민운동으로 격상시킨 ‘보은집회’도 전국 팔도에서 모이기와 나가기가 수월했기 때문에 열렸다. 6·25전쟁 때도 많은 피난민이 이주해왔다.

 보은에 일단 모였다가 흩어지면 청주 괴산 옥천 영동 상주 등으로 나갈 수 있는 사통팔달지역이다. 다만 세 길 모두 호랑이 나올 법한 험난한 고갯길을 최소한 하나이상 넘어야 했다. 피반령, 염티재, 구티재, 벼재고개 등등이다.

 이렇듯 외지와의 열악한 교통연계로 속리산 법주사 관광객은 줄어들었고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용객이 줄자 보은~서울 간 고속버스 노선은 1999년 사라지고 고속버스터미널도 폐쇄됐다. 이후 현재까지 고속버스는 없다. 대신 시외버스가 운행하고는 있다.

 보은읍에서 시외버스로는 서울 청주 수원 안산부터 대전 옥천 속리산 상주 문경 방면으로 갈 수 있다. 다만 몇 군데 노선을 제외하고는 구불구불한 옛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차안에서의 시간 낭비는 감수해야 한다.

 꽤 오랜 세월 이런 불편함을 겪어오다 2007년11월 당진~영덕 간 고속도로가 보은군을 관통해 외지와의 접근성이 활성화됐다. 더하여 피반령과 말티재를 넘지 않고도 오 갈수 있는 몇몇 노선의 도로가 개선됐다. 하지만 교통문제에 관한한 보은군은 아직 목이 마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보은군의 맹점이기도한 ‘교통연계’에 대해 공약을 내건다. 지난 총선에서 박덕흠의원은 ‘청주공항에서 속리산까지 오가는 경전관광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에 앞선 2005년 참여정부시절 국토종합계획에도 철도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6월28일은 철도의 날이다. 아직까지는 공염불에 불과한 철도가 놓여 질 그날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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