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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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 전성시대
  • 최동철
  • 승인 2019.06.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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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요즘은 그야말로 ‘고소고발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눈만 뜨면 방송언론 매체 등을 통해 새로운 고소고발 건이 전해진다. 차량접촉사고가 나면 다짜고짜 큰소리부터 치듯, 일단 고소고발부터 해놓고 보자는 심사들인 것 같다.

 국정을 다룬다는 이른바 ‘정치권 큰 사람들’이 추태를 이끄는 선두주자다. 다급한 민생문제 해결은 뒷전인 채 유치하고 졸렬한 사안들을 트집 잡아 ‘고소고발’전을 펼친다. 이를테면 대통령 부인이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쳤느니 등등 따위가 공당 간 시비 대상이 될 정도다.

 지도자격인 정치권이 요 모양이니 사회 전반도 요 꼴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정의로운 사람이거나 억울한 피해자는 공공을 위해, 당한 일을 보상받기위해 고소고발을 한다. 그러나 때론 그렇지 못한 자들이 거짓을 참으로 우기거나, 뻔뻔함을 유지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용한다.

 겉으로는 법치 지상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편법으로 사리사욕을 얻기 위한 위선들이다. 대부분은 사회적 윤리와 일반상식으로 얼마든지 판가름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반드시 사법적 판단만이 공명정대한 사회정의가 실현된다고 볼 수만은 없는 고소고발건도 많다.

 또 한편으로는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세태이고 보니 국가발전의 동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일부이겠지만, 일삼아 고소고발을 밥 먹듯 하고, 판결이 부당하다며 의례적 항소나 상고들을 해댄다. 오늘날은 미디어 발달로 생중계되다시피 하니 괜스레 짜증 날 때도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 때도 하도 많이 고소고발이 넘치자 ‘백성은 관리를 고소고발 할 수 없다’는 ‘부민고소금지법(部民告訴禁止法)’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아랫사람이 웃어른이나 상관을 고소 고발하는 것을 금지했다.

 고려시대 때는 수령을 고발한 자는 되레 고을에서 내쫓고 그가 살던 집은 파서 연못을 만드는 관행이 있었다. 조선 세종 때도 수령을 고소한 이는 곤장 100대에 3년 노역 등 벌을 받았다. 조선시대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고려시대 지방의 호족은 중앙집권제를 택한 조선시대 초기에도 세력이 대단했다. 중앙에서 임명한 관리가 지방에 내려가면 영이 먹히지 않을 정도였다. 백성은 호족이나 향리를 더 무서워했다. 그 밑의 노비들은 더 문제였다.

 지방의 토착세력들은 맘 안 맞는 수령을 음해하고, 투서질과 고소장 제출을 일삼았다. 수령이 일을 못할 지경에까지 이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해서 세종은 이 법으로 인한 관리들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토착세력들의 폐해가 더 큰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고소고발은 필요하다. 다만 마구잡이식의 고소고발은 지양되어야 하는 명분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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