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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감춘 봄 나비
<392>
[1427호] 2019년 05월 16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가 지난지도 벌써 열흘째다. 봄 향기에 취한 꿀벌은 훨씬 이전부터 윙윙거리며 이 꽃 저 꽃을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헌데 ‘봄의 전령사’인 꽃, 벌, 나비 중 나비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예부터 ‘빨강 나비가 날아다니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가짜 봄이고, 흰나비가 날면 진짜 봄이 온 것’이라고 했다. 빨강나비는 아마도 짙붉은 갈색의 봄어리표범나비나 네발나비 종류일 것이고 흰나비는 배추흰나비나 대만흰나비 일 것이다.

 나비는 대부분 알·애벌레·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난다. 다만 붉은 나비 종류는 어른벌레 상태인 나비인 채로 겨울을 난다. 그래서 이른 봄날 일시적 기온 상승이나 일조량이 많아질 때 반짝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나는 흰 나비 종류는 일정한 온도가 계속 이어져 날씨가 항시 따뜻해져야만 어른벌레로 날개를 달고 나온다. 완연한 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선 흰 나비를 만나 볼 수가 없다. 나비 종류로 봄의 진위를 가렸던 옛 어르신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국민이 애창하는 ‘봄 처녀’란 가곡이 있다.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로 시작된다. 이은상의 시에 홍난파가 작곡했다. 이 가곡 또한 엉겅퀴 꽃을 사랑하는 도시처녀, 시골처녀, 봄처녀 등 우리나라 처녀나비 3종이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창작된 듯싶다.

 어쨌든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이 봄을 부르는지 또는 봄이 나비를 부르는지, 봄날엔 나비가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예년 같지 않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최근 5년 사이에 나비가 34% 감소했다고 말한다.

 나비의 개체 수 감소는 온난화 뿐 만아니라 각종 산림개발과 농약살포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녹지가 도시화되면서 흙이 사라지고 밀원이 되는 꽃들도 사라진다. 남겨진 밀원마저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이 살포된다.

 농약을 접촉한 나비의 유충들은 조직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져 1~3주 지나면 몰살하고 만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나비들의 먹이가 줄어든다. 유충이 자랄 곳도 사라진다. 결국 곤충 중에서 나비 류가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와 벌은 식물의 꽃에서 꿀을 얻는 대신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준다. 식물의 수정과 번식을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나비 등 수분 매개곤충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되면 식물이 뿌리를 키우지 못하거나 번식에 지장을 받고,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다.

 나비 개체 수 감소는 곧 ‘인간생존의 위기’다. 나비생존 비책을 강구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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