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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와 청첩
<388>
[1423호] 2019년 04월 18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노인 축에 끼는 정도의 인생을 사는 이들은 엄청난 부고와 청첩을 받게 된다. 긴 추위를 갓 벗어난 요즘 같은 신춘지절엔 특히 그러하다. 힘든 계절을 벗어난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세상을 뜨는 분들이 많다. 또한 봄 싹처럼 동반자와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도 많다.

 부고는 청첩과 달리 갑작스럽게 날아든다. 한밤중이나 새벽을 마다않고 느닷없이 알려오는 건 십중팔구 부고다. 나이 들수록 주변에는 병에 걸렸다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다. 자연스레 부고가 증가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보은군에 살고 있음이 실감이 들 정도다.

 부고는 정작 사전이건 사후건 당사자가 알릴 수 없다. 미리 “언제 죽을 것이니까 문상와라”하고 통지할 수 없다. 사후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고는 고인의 식솔이 알리게 된다. 고인의 모바일 기기에 등록된 연락처 내지는 통화기록이 부고의 대상이 된다.

 요즘은 세태가 변해 대부분 온라인으로 부고와 청첩을 발송한다. 휴대폰 메시지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로 알리게 된다. 직접 청첩장을 전달하면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머쓱했는데 모바일 기기로 알리면 되니 세상 참 편해졌다.

 헌데 부고든 청첩이든 모바일 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부작용도 생긴다. 생면부지나 가까운 사이도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부고나 청첩장이 발송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본래 발송취지와는 달리 의문이나 심하면 반감마저 표하는 이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알리는 입장에선 부고보다 청첩이 더 힘들다. 일부에게만 하면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이 서운해 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하면 ‘한 몫 챙기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청첩은 더더욱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경계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같은 직장에 다닌다고 다 가까운 동료가 아니다. 사회활동에서 명함교환하고 몇 차례 만난 지인이라 해서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없다. 선별 없이 마구잡이로 발송된 느낌의 청첩은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이런 청첩을 받게 되면 고민이 된다. 주말이나 휴일, 점심을 전후하여 진행되는 결혼식에 참석할 것인가. 축의금만 전달할 순 없을까. 불참하면 나중에 뭐라 핑계를 댈 것인가. 아예 무시해 버릴까. 얼마를 봉투에 넣을 것인가 등등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진부한 결혼식에 참석하여 일면식도 없는 신랑신부나 또는 그 부모들에게 의례적 인사를 한다. 진정 없는 덕담과 축의금을 건넨다. 낯선 이들 틈에 끼어 어색하게 음식을 먹는다. 도망치듯 부랴부랴 식장을 빠져나온다.

 부고든 청첩이든 애도와 축하의 의미가 금전으로만 표현되고 있는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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