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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주는 여생
<386>
[1421호] 2019년 04월 04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지난 달 29일, 칠십객이 주류인 스무 댓 명의 노인들이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에 모였다. 2019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에 참여한 이른바 ‘꿈나무 실버도우미’들이다. 이날은 근무지와 시간을 확정짓고 할 일을 숙지하는 오리엔테이션인 셈이다.

 꿈나무 실버도우미의 역할은 초등학교, 어린이집, 아동센터 등에서 ‘영유아 및 청소년 급식지도, 안전지도, 시설관리, 환경미화’ 등을 보조한다. 하루 3시간 이내, 한 달 30시간을 할애하면 용돈벌이는 된다. 노인들에겐 큰 무리 없는 유익한 공익 활동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노인들을 침침한 방구석에서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 대화 없이 무덤덤하게 눈을 고정시켰던 ‘바보상자’ 텔레비전 앞에서 벗어나게 한다. 시신경을 자극해 눈 질환과 불면증을 불러온다는 블루라이트 불빛에서 멀어지니 노인건강에 좋다.

 햇볕 쬐며 몸 움직이니 부족한 운동량도 보충하게 된다. 무엇보다 삶의 보람을 갖게 한다.   하루 두서너 시간, 나눠주는 사회활동으로 마음에 풍족함을 느낀다. 꿈나무들과의 소소한 대화조차도 존재감을 준다. 주체임을 의식하니 자신감이 회복되며 심신이 건강해 진다.

 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올 나이가 95세로 최장수 역대대통령에 꼽힌다.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미국 국민은 물론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미 카터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지?"라고 의문을 표시할 만큼 정계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땅콩농사꾼 출신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유명해지고 큰 인기를 누리게 된 건 재임 중 업적보다 퇴임 후 실천한 많은 봉사와 선행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1994년 북한을 전격 방문,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중요한 외교적 고비마다 해결사 구실을 해주었다.

 그런 그가 2015년 8월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이 간과 뇌로 전이돼 더는 호전 가망이 없음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카터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해오던 봉사를 계속하면서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헌데 기적이 일어났다. 치료를 시작해 불과 3개월 만에, 시한부 생명으로 기자회견까지 했던 당시 91세 환자의 전신에 퍼져 있던 암세포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당시 새롭게 개발된 ‘펨브롤리주맙’이라는 항암제가 완치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봉사와 선행 덕분 아니겠는가.

 생애 말기 환자 2,500명을 돌본 일본의 호스피스 의사 가시와기 데쓰오는 그의 저서 ‘살아있음’에서 ‘나눠주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평안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같다’면서 ‘나눠주는 것 중에서 가장 값지고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일수록 시간을 남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여생이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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