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먼지 속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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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먼지 속의 봄
  • 최동철
  • 승인 2019.03.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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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뛰쳐나오고,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경칩도 지났다. 이 때쯤의 어린 시절 기억에 특별히 각인된 경험이 있다. 서울기차역 주변 곳곳의 노점상이 기다란 투명한 막에 까만 점이 총총 들어있는 개구리 또는 도롱뇽 알을 팔았다.

 지게를 짊어졌거나 짐수레 끄는 어른들은 물론 신사복을 입은 이들조차 ‘몸을 보한다’며 그 알들을 한 대접 씩 훌훌 들이켰다.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신기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를 상처 낸 뒤 받아 모은 수액도 팔곤 했다. 위장병과 성병에 효과가 있다 했다.

 나라 전체가 가난에 쪼들렸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 노인 대에 접어들어 또 봄을 맞게 됐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건대 봄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지만 역시 눈 깜박할 새 화살처럼 지나가 버리는 세월일 뿐이다.

 판소리 춘향가 중 단가인 ‘사철가’에 ‘봄의 무상(無常)’에 대해 잘 표현되어 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 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후략’

 들녘 이쪽저쪽에서 트랙터 소리 요란하다. 거름 내랴 논밭 갈아엎으랴 올 농사 경작준비에 여념이 없다. 간이 온상에서는 고추 모종 자라고 이웃 노부부는 아침 일찍 경운기 몰고 밭 손질하러 나갔다.

 헌데 속리산과 구병산은 물론 인근 야산마저도 희뿌연 하다. 하늘도 그렇고 먼발치 저수지 부근도 온통 흐릿하다. 며칠째 그러하다. 휴대폰엔 하루에도 몇 차례 씩 안전안내문자가 뜬다. 행정안전부, 충북도청, 대전시청 어떤 때는 경북도청에서도 온다.

 어찌 보면 짜증날 정도의 공해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여 보내주는 것이니 감수는 물론 감지덕지해야 하리라. 최근의 문자는 모두 미세먼지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라거나 외출을 삼가 해 달라 하기도 한다.

 황폐해진 지구의 미래세계를 다룬 영화가 현실이 될 날도 머잖은 듯하다. 물안경 쓰고 입을 마스크로 가리거나 방독면 같은 것을 뒤집어 쓴 그런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세먼지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어리석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일 뿐이다.

 어쨌든 희뿌연 미세먼지 속에서도 갈길 잃지 않고 봄은 왔다. 봄의 전령사인 쪽파도 꿋꿋이 얼굴을 쭉 내민다. 혼탁하다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내주 13일,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유권자의 선택 차례다. 혼탁함을 무시한 채 당당히 훌륭한 후보가 뽑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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