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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흰쌀밥
<376>
[1411호] 2019년 01월 17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소한 지난 지 열하루 째다. 이제 사흘 밤만 지새면 대한이다. 우리나라는 이쯤이 연중 가장 추운 때다. 추위가 절정으로 치달으니 엄동설한이라고 표현된다. 하지만 최고조에 이르면 꺾이는 것이 자연의 순환법칙이다.

 대한을 지나면 추위는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면 얼어 죽는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대한 이후는 푸근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엄동인 이때쯤 흰쌀밥을 먹었다. 추위로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에는 쌀밥을 먹었고, 무더운 여름에는 보리밥을 먹어 몸을 보양했다. 천지가 음기로 가득 찬 한겨울에 땡볕 속에서 영근 쌀의 양기를 취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다.

 마찬가지로 양기가 지배하는 한 여름에는 엄동의 눈밭에서 자란 보리에서 음기를 취해 모자라는 음기를 보강했다. 즉, 한 겨울 엄동 쌀밥은 양기를 보충해 주고. 한 여름 보리밥은 음기를 보충해줘 몸의 음양균형이 맞도록 했다.

 특히 옛사람들은 죽이나 밥이 거의 익어갈 무렵 한가운데 걸쭉하게 모이는 밥물을 중히 여겼다. 정액을 만드는 정력제라 해서 밥을 할 때면 솥 안에 작은 종지를 두어 밥물을 따로 받아 마셨다.

 허기야 쌀에는 고혈압 개선과 신경을 안정시키는 ‘가바’라는 물질이 있다. 이것은 특히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 성인병을 예방한다. 쌀의 식이섬유에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IP6도 함유되어 있다. 주식이 밀인 미국과 유럽에서 쌀이 건강식품으로 부각된 이유다.

 회인면에 산다는 70대 중반의 한 노인이 쌀의 부산물인 ‘싸라기’와 관련한 어린 시절 기억을 들려주었다. 아마 50, 60년대쯤인 것 같다. 긴 겨울 어린 시절에 허구한 날 ‘싸라기 죽’만 먹었다는 이야기다.

 쌀눈마저 떨어져 나간 조각난 쌀이니 영양가가 있었겠는가. 대충 ‘뉘’를 골라내고 한두 번 씻어 물 그득 붓고 서서히 끓이면 밥보다 두 배는 양이 늘어났다. 양푼에 가득 담아 김치 한 그릇 놓고, 파와 참깨 넣은 간장을 듬뿍 끼얹어 훌훌 섞어 후후 불며 떠먹었다고 한다.

 한창 자랄 때인 만큼 죽은 아무리 먹어도 기갈증이 심한 '당뇨병' 마냥 금세 꺼지고 말았다. 먹고 돌아서면 또 배가 고팠다는 것이다. 슬픈 보릿고개 시절 얘기다. 요즘이야 연명 목적으로 ‘싸라기 죽’ 먹는 집은 아마 없을 것이라 믿는다.
 각설하고, 대한이 지나기 전 보은군 집행부와 의회 구성원들이 함께 김 모락모락 오르는 엄동 흰쌀밥에 김치 올려 먹으며 허심탄회 세상사 논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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