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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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의 아이러니
  • 최동철
  • 승인 2018.12.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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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새벽4시 쯤, ‘지각 날치기 야합’이란 오명 속에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주도했다. 항의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반쪽국회였던 셈이다.

 그런데 재적의원 299명 중 70.9%인 재석 212명에 찬성 168명, 반대 29명, 기권 15명이었으니 79.3%가 찬성했다. 야3당은 야합이라 규탄하며 단식투쟁 돌입과 항의 성명을 냈지만 그뿐 일 수밖에 없다. 법리적 다수결원칙에 위배된 사안은 전혀 없다.

 어떻든 극단적 독재방식이 아닌 한 의사결정 최선의 수단은 다수결이다. 일당독재의 공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대체로 안건채택은 다수결로 한다. 차이라면 비밀보단 공개투표이고 결과는 늘 95%이상이 한 편으로 쏠린다는 정도다.

 그러나 ‘다수결의 횡포’라는 말도 있듯이 다수결 채택이 반드시 바른 선택이라고만 할 수 없다. 어떤 독재자는 다수결을 이용해 나쁜 통치를 하기도 한다. 미국이 유엔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안보리는 6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안건이 채택되지 못하게 되어있다.

 다수결도 얼마든지 방향을 잘못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은 오히려 다수의 움직임과는 상반된 투자를 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을 내고 덤벼들 때는 두려워하고, 그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유명한 역발상 투자다.

 노자의 도덕경에 ‘거꾸로 가는 것도 도의 운동성이다’라는 의미의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현대적 의미로 풀어본다면 ‘반’은 ‘거꾸로’ ‘역으로’라는 뜻이니까 ‘다수결한 사람들 행동과 반대로 움직여라. 그것이 성공의 답이다.’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자도지동'의 철학은 '모든 사람들이 옳다고 보는 것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게 마련이고, 안전하고 옳은 길은 오히려 위태롭고 그른 길처럼 보인다.'는 역설인 것이다.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옳거나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보은군의회를 보자. 이번 군의회 재적의원을 보면 민주당 5명, 한국당 3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민주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변수가 없는 한 항상 62.5%의 다수결로 상정안 통과, 채택은 물론 의회 운영조차 맘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의장, 부의장은 물론이요, 행정운영위원장, 산업경제위원장 등 의회 내 막강한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 지난 7대 의회의 완전한 데자뷰(deja vu)다. 뒤집어 놓은 모래시계처럼 똑같은 양상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 보는 이들은 안타까움에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부디 다수결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안보리처럼 모두 동참하고 찬성하는 의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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