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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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문턱에서
  • 최동철
  • 승인 2018.12.0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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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의 마지막 달, 12월에 접어들었다. 년 중 볕 쬠 시간이 가장 짧은 달이다. 특히 대설 보름 뒤에 오는 동지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고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은 동짓날을 겨울철의 시작으로 여긴다.

 음양오행 상 겨울은 물(水) 그것도 ‘깊은 물’에 비유한다. 깊은 물은 새 생명을 잉태한 채 출산의 때인 봄을 기다리는 한 겨울의 상징이다. 마치 동지와 같다. 동지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가 새로 생겨나는 때이다. 겨울의 시작은 곧 일 년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동짓날은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의 하나였다. 각 가정에서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관상감에서는 달력을 만들어 벼슬아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편 지구 북반구가 겨울의 시작인 반면 남반구에 속하는 호주 뉴질랜드는 여름철의 시작이기도 하다.

 12월엔 세계사적, 역사적 사건들이 엄청나다. 근대사만 보더라도 수도 없이 많다. 1941년 12월8일 일본해군이 ‘도라도라도라’라는 암호명으로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공격 함으로써 선전포고를 했으나 결국 패망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됐다.

 1949년 장제스의 중화민국은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에 밀려 타이베이로 쫓겨났다. 1979년 전두환 노태우 등 34명의 신군부는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권력을 장악하고 정치적 무소불의 세력이 됐다. 1980년 비틀즈 멤버였던 존 레논은 뉴욕에서 암살당했다.

 1991년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 11개 공화국이 ‘알마아타 선언’을 함으로써 소련이 붕괴됐다. 2011년12월17일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에서 급성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으로 급서했다. 27세 조선인민군 대장이었던 김정은은 최고사령관에 등극했고 오늘날 지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12월10일에 전국적 신드롬을 불러오는 사건이 있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가 후문 게시판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였다. 이는 당시의 사회상과 맞물려 타 대학, 중·고등학교는 물론 페이스북 등으로도 급속히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안녕세대’라는 신어까지 생길만큼 신드롬을 확산시켰던 대자보의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 천 명이 직위 해제되고,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대며 안부를 물었다.

 또한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대통령의 탄핵 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한 해를 보내는 12월의 문턱에서 “보은군민들은 정말 안녕하신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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