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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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과 개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8.11.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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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가 불신의 시대로 변해가면서 사람들은 ‘개-’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가짜, 독이 있는 나쁜 것, 흔해 빠진 것을 말할 때는 “개××”라고 한다. ‘개’라는 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나쁜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무데서나 교접하는 개들을 보고 비하해서 한 말이 아닐까? 동방예의지국에서 그런 개들의 짓은 점잖은 체면에 볼썽사나운 짓이다. 더러운 놈, 더러운 세상을 일컬어 “개같은 놈”, “개같은 세상”이라고 똥보듯 뱉는 말이다. 지금도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욕설에 “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제로 ‘개의 새끼’ 뜻도 있지만 천한 자를 욕할 때 쓴다. 반면에 “참××”라는 말은 진짜나 자태가 곱고 고고한 것, 귀한 것, 좋은 것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참사람”이란 “진짜 사람” “옳은 사람”, “진실한 사람”의 의미로 들리는 것도 오랜 동안 참의 의미가 그렇게 사용되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음식과 관련하여서도 “참××”은 동물이나 식물들 중에 먹을 수 있는 것, 맛있는 것을 말할 때 쓰고 “개××”는 맛이 없거나 독이 있어 못먹는 것을 말할 때 쓴다. 봄에 춘신을 알리는 진달래는 “참꽃”이라고 해서 먹을수 있는 꽃이다. “참꽃”이 지고 나면 “개꽃”(철쭉)이 피는데 이것은 독이 있다고 해서 먹지 않았다. 아이들은 참꽃이 피고진 후에 같은 나무에서 “개꽃”이 다시 피는 줄로만 알았지만 어른들은 “서로 나무가 다르다”고 했다. 나리도 “참나리”와 “개나리”로 구분한다. 개나리는 옆으로 눕고 휘어지면서 너무 잘 자라서 흔해빠진 꽃이다. 본래 꽃은 여성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는데 절개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전통 유교사회에서 개나리는 휘어져서 절개가 없는 천기(賤妓)같은 꽃으로 여겨서 개나리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반면에 “참나리”는 개나리처럼 흔치 않은 귀한 꽃이다. 자라는 모습도 한그루씩 곧게 자라면서 딱 한 송이의 우아한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귀족같은 고상한 자태가 보인다. 그래서 “참나리”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드릅나무도 “참드릅”과 “개드릅”으로 나뉘지만 이들은 그 순을 모두 먹을 수 있는 고급 나물이다. “개드릅”은 엄나무순을 말하는데 무서운 가시가 나무 전체를 갑옷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런 까칠한 나무는 고고한 양반이 가까이할 나무가 아니다. 가죽나무도 “참가죽”과 “개가죽”이 있다. 참가죽나무순은 봄에 따서 나물을 해서 먹으면 그 향과 맛이 정말 좋다. 그러나 개가죽나무순은 독이 있어 먹지는 못하지만 껍질은 이질치료에 특효약이다. 얕은 개울에서 보이는 가재도 “참가재”와 “개가재”(“갯가재”와 비슷)가 있다. 참가제는 예쁘게 생긴 수생곤충 물방개를 말한다. 약간 동그란 타원형 모습에 매끈한 진녹색의 등껍질이 아주 예쁘게 생겼었다. 이것은 잡아서 구워먹기도 했다. 그러나 시꺼먼 검정물방개는 먹지 않았다. 개가재는 일명 “반팅이가재”라고 불렀는데 길죽한 사각 반팅이처럼 생긴 가재로 산골 실개울에서 돌을 뒤적이면 그 밑에 많이 있었다. 이것은 대게 큰 가슴 아래에 있는 배 안쪽에 새까만 알을 가득 품고 있었다. 우리들은 이것을 잡아서 자주 구워먹었다. 어릴 때 우리들은 곤충과 식물들 중에 어떤 것이 참이고 또 어떤 것이 개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세상에서는 그 구별이 쉽지가 않다. 서로 잘났다고 떠드는 말잔치 속에 어떤 사람이 “참”이고 어느 놈이 “개”인지 구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아, 그놈이 개였구나. 그 사람이 참사람 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때다. 요즈음 세상에 돌아다니는 정치인들 중에는 “개정치인”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사람이 살면서 “개”소리를 듣는 자는 자기 인생을 잘못 산 짐승과 같다. 우리 모두 “개”소리와 짐승소리는 듣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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