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통합 물 건너가나
보은군을 대표할 쌀 브랜드가 아쉽다. 보은군은 ‘결초보은’이라는 농축산물 대표 브랜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비중이 큰 ‘쌀’에 대한 대표 브랜드가 아직 없다. 보은에서 생산되는 쌀이 여러 상호로 출시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조차 생산지를 헷갈려할 정도로 쌀 브랜드가 여럿 종류이다.
군에 따르면 올해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대추, 사과, 배, 복숭아 등 총 22종의 농특산물이 ‘결초보은’이라는 공동브랜드로 통합돼 운영된다. 그동안 보은군의 농특산물은 품목별로 브랜드가 난립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혼란을, 시장에서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은 이에 따라 보은군만의 특화된 브랜드를 내놓고 홍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농가에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결초보은’이란 상표를 지난해 특허청에 등록했다. 이후 품목별로 특허된 포장재를 사용하기 위해 작목반, 지역농협, 브랜드 디자인 업체 등 관계기관의 회의와 디자인 품평회 등을 거쳐 지난 4월에는 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대추 6종의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어 오이, 고구마, 호박, 마늘 등 16종의 포장재 디자인도 완료했다.
군 관계자는 “기존의 포장재가 품목별로 난립하며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관내 주요 농특산물 포장재 22종의 디자인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보은군 농특산물 홍보는 물론 농가소득 증대에도 한 몫 할 것”이라며 지역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개발을 알렸다.
그럼에도 쌀 품목의 경우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수년간 보은을 대표하는 단일브랜드 출시는 난망해 보인다. 군 관계자는 “결초보은이란 공동브랜드가 있으나 쌀 브랜드는 제각각 나오고 있다”며 “지역농협에서 그동안 써온 브랜드를 몇 년 더 사용하겠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남보은농협은 황금곳간, 친환경우렁이, 보은 황토쌀 등을 브랜드 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은농협에서도 대표 브랜드 ‘정이품쌀’을 비롯해 황금곳간, 참 올미, 황토머근 등 다양한 상표명의 쌀을 내놓고 있다. 보은미곡처리장에서도 자신의 상표명을 사용하고 있다.
보은에서 생산된 쌀을 단일화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우선 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합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통합의 길은 멀어 보인다. 미곡종합처리시설을 각기 보유하고 있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열쇠 쥔 보은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합은 남보은농협의 구애에도 보은농협이 거절함에 따라 통합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쌀 판매 흑자가 예상되면서 통합 거부 핵심이었던 쌀 적자(남보은)가 해소됐다. 통합론이 다시 점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보은농협 대의원들은 지난해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남보은농협과의 RPC 통합에 대해 찬성 61표, 반대 74표, 무효 1표로 부결을 선택했다. 부결 이유로 ‘수매가격 하락’과 ‘제한수매’에 대한 우려 그리고 통합 파트너로 거론된 ‘남보은농협의 쌀 적자 폭’이 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 통합비용의 자부담(두 농협 합해 76억원 예상)도 요인이었다.
당시 최창욱 보은농협조합장은 “부결된 RPC통합 안을 재상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의 시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남보은농협의 RPC는 몇 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대의원들은 부실농협을 떠안음으로써 보게 될 손실을 보은농협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조합장은 그러면서 “통합도 정부지원이 따를 때 해야 한다”고 통합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통합시기가 늦어지면 정부지원도 받을 수 없음을 경계하는 것인데 그만큼 보은농협 입장에서도 통합은 절실하다할 수 있겠다. 보은농협 RPC는 1996년에 설치됐다. 중간에 시설 개보수가 있었다지만 첨단 기계장비 도입은 발등의 불인 셈이다. 하지만 보은지역의 미곡처리장들은 자력으로는 도정 규모나 재원 조달 측면에서 시설 현대화를 추진할 여건이 안 된다. 단독으로 100억원 가까이 또는 그 이상 드는 시설현대화를 추진할 수 없는 사정이다.
RPC통합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만 가면 부딪치는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이 다음달로 다가온 임시총회에서 미곡처리장 통합론을 다시 끄집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