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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356>
[1391호] 2018년 08월 23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술 한 잔에 얼큰해진 한 친구가 맘 편할 날 없는 세상사에 초연해진 듯 구성지게 노랫소리를 했다. 현대가요로 개작된 ‘사의 찬미(死의 讚美)’였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세상/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생략)’

 원래의 사의 찬미는 일제 강점기인 1926년 8월에 한국인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이 음반 타이틀곡으로 발표했다. 삶의 의미를 깨달은 자가 온갖 애착에서 벗어난 죽음을 칭송하는 듯 다분히 염세주의적 노래가사로 되어있다.

 ‘황막(荒漠)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苦海)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 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고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 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사의 찬미가 명곡이 된 이유는 윤심덕이 미리 작심했던 듯 이 음반을 녹음하고 며칠 뒤 유부남 애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동반 투신자살했기 때문이다. 1926년 8월4일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 탑승한 두 사람은 현해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날 새벽, 순찰을 하던 급사가 일등 객실에 승선했던 남녀 승객의 실종을 선장에게 보고했다. 배는 지나온 항로를 다시 거스르며 수색을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 했다. 그들의 객실에는 “미안하지만 짐을 집으로 보내주시오..”라는 메모 한 장만 덩그러니 있었다.

 각설하고, 사람들이 너무 경솔하게 자살을 한다. 정치인 경찰관 학생 주부 연예인 구분할 필요조차 없이 마구 죽음을 선택한다. 극점에 사는 레밍턴이라는 쥐가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줄지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다지만 아마 죽음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 인간만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죽을 각오로 부딪치면 못해낼 일도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죽음을 선택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극단적인 외로움 두려움 어려움 자존심에 몰려 있는 것이다. 소통 이해 배려로 풀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하루 평균자살자가 35.8명이다. 자살률이 전국 평균 보다 높았던 보은군은 자살예방에 치중해 왔다.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자살률에서 2015년에 비해 2016년도는 24.0%로 7.2%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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