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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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논쟁
  • 최동철
  • 승인 2018.08.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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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 8월29일 518년간의 조선왕조를 계승했던 대한제국이 13년 만에 멸망했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제국 통치자들과 대등한 지위의 황제임을 내세우고 자주독립 국가임을 선포했으나 국방력이 미약했다. 당시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열강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약육강식’의 시기였다.

 그로부터 35년 뒤인 1945년 8월14일 대일본제국이 멸망했다. 일본열도를 점령한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작성 제안한 헌법 초안에서 국명은 ‘일본국’으로 주권은 천황이 아닌 ‘재민’이라 명시됐다. 어쨌든 1945년8월15일 일제는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했고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으며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3년간 한반도는 38˚선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나뉘어 남쪽은 미군정 통치체제를 거친다. 그리고 1948년 8월 15일 드디어 대한민국 제1공화국 정부가 수립됐다. 대한민국 건국일 논쟁은 여기서 비롯된다.

 ‘1948년 건국론’이 처음 대두된 건 2006년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선두주자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하면서부터였다. 이후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계가 주도하면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논쟁이 크게 일었다. 새누리당은 건국절을 법제화하겠다고 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광복절 축사에서 "오늘은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했다. 박대통령 말대로라면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며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이라는 데 힘을 실었다.

 근거를 갖고 따져보자.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하여 1948년 8월15일 출범한 대한민국 제1공화국 정부는 ‘관보1호’를 9월1일자로 발행했다. 초대 이승만 정권이 국가와 정권의 정통성을 규정한 대한민국 정부인 공보처의 첫 공식문서로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실려 있다. 

 이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는 문구가 서두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 건립의 기원을 1919년(己未年) 3ㆍ1운동으로 규정했다.

 또한 관보 상단과 중간에 표기된 발행일이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30년이 됐다는 의미다. 역산하면 1919년이 대한민국 원년이 된다. '대한민국 30년'은 임시정부 때부터 사용한 연호다. 이승만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고로 1948년8월15일은 건국절이 될 수 없다. 허나 대한민국 원년인 1919년에 광복절이자 제1공화국 출범일인 8월15일을 절충해 ‘건국절’이라 명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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