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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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의 유혹
  • 최동철
  • 승인 2018.03.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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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아이 네다섯 명이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 음료는 각자가 가져온 사이다를 큰 통에 부은 뒤 서로 나눠 마시기로 했다. 전 날 밤 한 아이가 나 하나 쯤 사이다를 마신 뒤 대신 물을 넣어간다면 표가 나겠는가고 꾀를 냈다. 다음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큰 통의 사이다를 한 컵 떠 마셨다. 맹물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능하다면 자신만의 이익추구를 위한 부정(不正)행위의 유혹을 대부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한다. 인지상정인 때문이다. 아마 지구상 생명체 중 지능이 가장 뛰어나서 일 것이다. 그런 연유인지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부터 죽는 날까지 정직에 대한 가르침이 늘 상 선행되어 왔다.

 ‘거짓말 하지마라’ ‘남을 속이지 마라’등 정직과 관련된 명사의 명언도 숱하다. ‘정직함은 최고의 처세술’ -세르반테스, ‘정직만큼 부유한 유산도 없다’-세익스피어, ‘정직함은 선행은 아니지만 죄악이 결여되어 있는 증거다’-톨스토이. 공자는 ‘사람으로서 살아남는 길은 정직에 있다. 정직하지 않으면서도 살아있다면 요행히 죽음을 면한 것이다’고 심히 부정을 책망했다.

 이렇듯 인간사에서 부정은 지고의 지탄을 받아왔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성경 속 사악한 뱀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이브를 꼬드겼듯 부정에서 파급되는 강렬한 유혹이 자제력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딱 한번만’ ‘마지막으로’ 등의 감언이설을 억누를 수가 없다. 특히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선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역대 선거 중 최악으로 일컫는 1960년 3월15일 부정선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제4대 대통령 및 제5대 부통령을 뽑는 국민들의 직접 선거였다. 당시는 전쟁 이후 미국의 무상 원조가 줄게 되었고 무리한 개헌 등으로 부정부패가 심해지자 집권당이던 자유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유당은 반드시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켜야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상대 후보 신익희가 유세 중 사망하여 당선됐던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시 됐던 조병옥이 귀국도중 급사하는 바람에 단독 후보로 무투표 당선이 기정사실화 됐다. 다만 연로한 탓에 재임 중 사망하면 그 뒤를 이기붕이 이어 정권을 유지하려했다.

 노골적인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됐다. 공무원과 경찰력을 동원했고 정치깡패와 완장부대를 활용해 유권자를 협박하거나 자유당 지지를 유도하고 투표용지 바꿔치기, 상대후보 표 무효표 만들기 등 선거조작을 저질렀다. 그 결과, 압도적 당선됐으나 결말은 비참했다. 선거는 무효가 됐고 제1공화국은 붕괴됐다. 부정선거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한 뒤 쓸쓸히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번 보은지역 선거에 나설 출마자들은 부디 패가망신하는 부정선거의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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