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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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밭에 대하여
  • 시인 김종예
  • 승인 2017.10.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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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이자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성공의 타워로 끌어올리기도 하고 실패의 나락으로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나는 위대한 사람들의 하인일 뿐 아니라, 실패한 모든 이들의 상전이기도 합니다. 나를 착취하십시오. 나를 훈련시키십시오. 나를 확실하게 당신 것으로 만든다면 나는 당신의 발 앞에 원하는 것을 뭐든지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가볍게 여긴다면 난 당신을 파멸로도 이끌 수가 있으니 제발 나를 두려워하십시오.’
오래전 교사 시절부터 내가 외우고 있었던 습관에 대한 명쾌한 논술형 답안지다. 한 사람의 습관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생각을 바꿔주며, 생각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 인생 여정을 운행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고 있는 자신의 실체가 착각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고정화 내지 자기화가 되어버린 습관과 관념들이 내부 깊숙이 진을 치고 앉아서, 그 사람의 성격과 내면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요즈음 오랫동안 머물렀던 공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랜 세월 눈과 귀를 가지고 다니면서도, 내면에 감추어진 무수한 것들이 제대로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밭에서 한 방향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이 무형의 족쇄에 걸려 굳게 닫혔었기 때문이리라.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현 시대는 적절하게 생활의 변화를 중시하는 웰빙족이나 외모지향을 첨가한 웰루킹족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의 실체는 세상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결코 음식이나 건강이나 외모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웰빙, 웰루킹은 나의 일상과 내면을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꾸는데 진정한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참 나의 변화는 외형적인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화된 부정적이거나 그릇된 습관들을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게 개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그 의미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서두의 답안지는 한 아이의 일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습관의 권력이라고도 하겠다. 한 아이의 좋은 버릇들이기는 그 아이의 일생을 통하여 좋은 삶을 누리게 하는 참으로 중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마치 마당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뿌린 꽃씨들은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잡초로나 경작되지만, 해마다 지혜로운 판단력으로 기획되어 재배되는 꽃씨들은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다시 탄생하여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이 말이다.
‘세살 먹은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의 구전은 얼마나 참 진리인가! 아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어떤 감정이나 행동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입력된 습관이라는 인자에 의하여 아이의 평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습관화된 잘못된 식습관이 한 사람의 말년의 건강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 그러므로 오랫동안 고정화가 된 나쁜 습관을 바꿔주는 좋은 방법은 종래의 부정적인 습관에 선전포고를 하는 대신, 그 자리에 더 좋은 습관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확고하게 자기화 된 습관을 고쳐주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밥상머리에서 긍정적으로 인지된 학습된 결과를 되풀이시키다 보면, 어느 새 바람직하고 진취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아이를 늘 발견하곤 하였다. 흥미 위주의 TV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눈과 귀와 뇌를 장악하고 있는 이 위험천만한 시대에, 다시금 밥상머리 교육이 절실하게 아쉬워짐은 당연사일 것이다. 좋은 습관을 가르치려고 애쓰시던 우리 어머니들의 밥상머리 교육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하고 위대한 교육자산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오늘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십니까? 그리고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진정 기대하십니까? 그렇다면 우선 무의식의 밭에서 경작되고 있는 하루의 일정이나 작은 습관들을 바람직하게 유도하여 아이가 바뀌고, 내가 바뀌고, 가정이 바뀌고, 사회가 바뀜으로써, 우리 모두 도약의 미래에 도전함이야말로 진정한 우선 과제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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