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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양반전’
<315>
[1350호] 2017년 10월 26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옛날, 종4품(군수급) 이상의 벼슬아치를 대부(大夫)라 했다. 사(士)란 조선과 대륙에서는 선비, 일본에서는 사무라이를 뜻했다. 두 개의 뜻이 합쳐진 ‘사대부(士大夫)’는 한반도에서 양반의 의미가 됐다.

사대부란 원래 주나라 시대, 왕이나 제후 밑에서 벼슬을 하며 정치의 실무를 장악하고 세습적으로 영토를 가지던 지배자 계급의 지칭이었다. 헌데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유독 현직이나 퇴직 관리를 중심으로 한 유교적 지식계급을 뜻했다. 농공상(農工商), 평민과 차별을 두려했다.

양반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곧 죽어도 끝까지 양반행세’를 하려고 했던 당시의 생활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오희문의 임진왜란 당시 피난일기 ‘쇄미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하녀가 아프다며 밥을 짓지 못해 굶고 자는데 하도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았다’ ‘하인이 어디가고 없어 나무를 해오지 못해 냉방에서 자니 뼛속까지 추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들이를 해야 하는데 종이 없어 가지 못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1754년 전라도 익산군수를 지낸 남태보의 ‘금마지(金馬志)’에도 ‘이 지방에 이른바 양반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여 머슴하나 두지 못했다. 몸소 나무를 해오고 물을 길어온다. 종을 부려야할 신분에 있으면서 오히려 종이 해야 할 일을 겸해서 하니 이들을 겸노상전(兼奴上典)이라 부른다.’고 적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소설‘양반전’은 양반신분을 사고판 이야기가 주제다. 농촌의 한 가난한 양반이 일정 수입이 없어 관곡을 꾸어 체면치레 생계를 이어왔는데 그마저 한계치에 도달했다.

고민 끝에 양반은 마을 부자인 상인에게 신분을 팔아 빚진 관곡을 갚는다. 꿈에서나 그려보던 양반이 된 상인은 처음엔 꿈속을 걷듯 양반행세에 몰입한다. 허나 무더워도 정장을 해야 하고, 배고파도 티를 내선 안 되며, 급해도 양반걸음을 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은 것을 일게 됐다. 급기야 스스로 양반되기를 포기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예전의 양반 상을 굳이 오늘 날에 대입해본다면 아마도 ‘선출직’과 견줄 만하다. 선출되는 순간, 누구나 신분상승이 이뤄진다. 직전 무엇을 했든 졸지에 ‘군수님’ ‘의원님’이 된다. 선거 때는 ‘군민의 상머슴이 되겠노라’외쳐대지만 부지불식간 상전노릇을 하게 된다.

양반신분을 처음 얻은 초선이라 할지라도 이내 목에 힘주고 헛기침하며 거들먹대는 양반행세부터 흉내내려한다. 양반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과 덕목 닦기는 아예 뒷전이다. 내년 선거에 출마한다는 일부 군상(群像)의 면면을 봐도 보은군 발전을 위한 고심보다는 ‘양반행세’에 급급한 모양새뿐이다. 오호라, 아무리 권세가 좋기로서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인 것을 어찌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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