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보은대추축제 엿보기
상태바
‘17년 보은대추축제 엿보기
  • 최동철
  • 승인 2017.10.19 12: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4>
보은대추축제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관람객이 옷깃 스치듯 이곳저곳 기웃대며 오간다. 손에는 한두 꾸러미씩 대추나 농산물이 들려있다. 공무원들은 안내하느라 분주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각지 보은군향우회가 적극 호응을 해준 듯하다.

행사장 한 구석 터 잡고 쪼그려 앉은 할머니는 골파를 진열했다. 새벽나절 밭에 나가 수확해 온 손수 가꾼 골파다. 누가 봐도 맛깔스런 파김치나 파전이 연상되는 싱싱한 상품이다. 가지고 나온 골파를 빨리 팔고 싶은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 기 천 원을 주고 몇 단을 샀다.

좋은 농산물을 제 값(싸게 샀다는 생각)에 샀으니 기분이 좋다. 마수걸이를 한 할머니도 노력의 결과에 분명 행복해 할 것이다. 농촌지역 축제는 대목장날 같은 이런 사람 사는 냄새 탓에 도시 쪽 방문객들이 보다 열광하는 것 같다.

향토건 외지에서 온 장돌뱅이의 농산물이건 값싸고 좋은 농산물은 방문객의 인기를 끈다. 실제 대추 상품이 진열된 부스 쪽 보다 농산물 판매대로 인파가 더 많이 몰린다. 한 달여 후 필요한 고추, 마늘 등 김장감을 미리 장만해 두려는 알뜰실속파의 심리현상일 것이다.

반면 비싼 느낌을 주는 대추는 외지 관람객에게도 큰 구매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외지 관람객은 선물용 외에는 구매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따금 “감, 사과보다 훨씬 비싸다” “행사장 상품은 원래 더 비싸다”는 뉘앙스의 비판성 볼멘소리도 스치듯 들려온다.

축제가 회를 거듭할수록 보은대추는 ‘너무 비싼 귀한농산물’이라고 이미지메이킹(image making)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생산자나 주관자 모두 ‘적게 팔리더라도 큰 이익이 낫다’는 주의를 채택한 것 같다. 농산물은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자연적이라는 순리와 배치된다.

행동경제학이란 새로운 학문은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합리성은 모순이 없고 항상 불변해야 한다. 따라서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해야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인지상정(人之常情)조차 불필요하다.

당연히 윤리나 도덕이라는 개념을 갖출 필요가 없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을 지키지만 법이란 틀에서 벗어나는 윤리라는 개념은 없다. 순 이기적인 이익만을 고수하기 위해 의지 굳게 밀고나가지만 이런 완전한 경제적 인간은 있을 수 없다는 게 행동경제학의 논리다.

이익만을 너무 추구하다보면 그에 상응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장삿속 양상의 축제운영이 회를 거듭 할수록 ‘전통적 대추의 고장, 보은군의 대추 우수성을 대외 만방에 알리자’는 축제 본래의 취지는 퇴색하게 마련이다.

보은대추축제의 의미가 무색해지면 결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멀리 내다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대추 2017-10-19 12:40:58
전멸되었던 보은대추가 되살아 났습니다.
보은에 자존심이 되살아 났습니다.
50=60년대 빗자루병으로 전멸되었던 보은대추가 명품대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뒷동산에도, 마을어귀에도 큰 도로변에도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그래도 보은대추는 모자랍니다.
1년은 고사하고, 몇달밖에 유통물량이 없습니다.
수출할 대추도 모자라지만 가격은 십여년째 동결하고 있지요.
이러 보은대추를 폄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않되겠지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