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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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 최동철
  • 승인 2017.06.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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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섭씨 33도를 웃도는 따가운 날씨다. 게다가 4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귀신도 어찌할 수 없다’는 윤달인 윤오월이 시작되는 낼모레부터 한 달간 장마지만 마른장마라고 한다. 그래서 연중 낮이 가장 길다는 어제 ‘하지’는 질리도록 갈증이 났다.

보통은 이때 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처럼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렸다. 하지만 올 해처럼 길게 가물 때도 종종 있었다. 옛날에는 그럴 때마다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애간장타는 마음으로 ‘기우제’ 또는 ‘물제’를 지내 해갈을 시도했다.

애초 농경에 터전을 둔 우리 민족은 단군신화에도 나타나 있듯 비를 중요시 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 신도 모두 비와 관련된 신이다. 농작물은 물론 대자연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이럴진대 가뭄이 계속되면 크나큰 재앙이고 천재지변이다. 따라서 기우제는 비가 내리는 효험이 있을 때까지 반복하며 지내는 특징을 갖는다. 의례를 지내는 제주(祭主)를 바꾸거나 제장(祭場)을 옮기고 주법(呪法)을 바꿔가며 빗방울 떨어질 때까지 계속 지낸다.

기우제 방식은 ‘산 위에서 장작불 놓기’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행해진다. 돼지, 소, 양, 닭 따위를 제물로 희생하는 공희(供犧)도 있다. 그밖에 신앙의 대상에게 빌거나 성물(聖物)이나 성역을 오염시켜 비로써 정화해 줄 것을 간구하는 역발상도 있다.

즉, 개, 돼지의 피나 배설물을 제단 등에 뿌려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비를 오게 하는 것이다. 동네 부인들이 총동원되어 인근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기원하는 산간지역 방식의 기우제도 있다.

또 산에 올라가 서로 욕을 하거나 떠들고 싸우는 기우제도 있다. 인간 세계가 가뭄이라는 재앙에서 벗어나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반질서적인 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데에 기우제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차기 보은군수와 군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군수출마 예상자는 8명이나 꼽힌다. ‘가뭄에 콩 나듯’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다. 헌데 선거 때마다 늘 그렇듯이 대부분의 면면을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지역 유지, 사업에 성공한 이, 돈이 아주 많은 사람, 낙선했어도 선거 마다 출마를 잘 하는 인물, 출마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때면 체면상 으레 하마평에 오르내려야 하는 이, 막무가내 더 해보고 싶은 사람, 노후대책이나 여생을 멋지게 마무리 하고픈 이 등도 있어 보인다.

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보은군을 위해 헌신할 단비 같은 인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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