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면 덕과 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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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덕과 복이 된다
  • 최동철
  • 승인 2017.06.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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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거리가 아니다. 헌데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까닭이 궁금하다. 그래서 뉴스거리가 된다. 신입기자들 교육에 자주 등장하는 뉴스거리 여부의 판단 예시다. 최근 천주교 신부가 함께 술 마셨던 평민을 길바닥에서 마구잡이 폭행했던 사실이 뉴스를 탔다.

기상이변 현상 탓인지 요즘은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해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많은 편이다. 내 앞을 비집고 들어왔다고 홧김에 보복운전하다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져 삶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내 갈길 바쁘다고 상대방을 넘어 가거나, 외나무다리에서 맞부딪혀 양보안하고 서로 밀기만 하는 일 등이 모두 화를 참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조금 옆으로 비켜주거나, 양보하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무 일 없었던 듯 해결될 일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들 하지 못한다. 허기야 항상 평민들에게는 “참으세요, 참으세요, 참는 게 이기는 겁니다. 참는 것이 요즘의 대세입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등을 외쳐대는 성직자들조차 스스로 참지 못해 행실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인지위덕(忍之爲德)이란 말이 있다. 참으면 덕이 된다는 의미다. 이솝우화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우 한 마리가 농부의 집에서 닭을 물어갔다. ‘오죽 배가 고팠으면 그러랴’하고 농부는 화를 참았다. 헌데 이튿날 한 마리, 또 며칠 뒤 한 마리씩을 물어갔다.

결국 농부는 덫을 놓아 여우를 사로잡았다. 워낙 화가 치밀었던 농부는 그냥 죽이는 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여우 꼬리에 짚을 묶은 후 불을 붙였다. 고통스런 여우는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급기야 1년 내내 땀 흘리며 쌓아 둔 곡식창고에 불이 옮겨져 재로 만들어 버렸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도 있듯, 자신을 화나게 한 대상에게 자제심을 잃고 복수를 했을 때, 그 행위로 인해 일어날지도 모를 화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이다.

참아내서 덕을 쌓고 복을 누린 이들도 많다. 불우하던 젊은 시절, 시비를 걸어오는 시정잡배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태연히 기어갔던 한신은 후일 한나라의 대장군이 되어 중국 통일의 주역이 됐다.

초나라 항우의 박대를 참아내고 견뎌낸 유방은 끝내 초나라를 멸하고 한제국을 세워 황제가 됐다. 임진왜란의 원흉 토요도미 히데요시도 오다 노부나가의 천대를 참아내며 말고삐를 잡다가 일본을 통일한 위인이 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참을 인(忍)의 대명사로 꼽힌다.

한편 평민과 신부는 서로 화해를 했다고 한다. 이젠 인지위덕을 되뇌며 살아가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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