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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검은 꽃
[1330호] 2017년 05월 25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아내가 꽃을 좋아해서 넓은 집안 이곳저곳에 꽃나무와 화초가 많이 늘어났다. 그것들이 때가 되면 온갖 꽃들이 만개하여 참 보기에도 좋다. 피는 꽃들의 색깔은 단연, 흰색이 많다. 백일홍들도 흰색 일색이고, 철쭉도 흰색 일색이고 커다란 돌배나무도 흰색 꽃이다. 그 뿐 아니라 집 주위에 서 있는 자연생 벗나무와 아카시아 나무의 꽃도 모두 흰색이다. 집안의 꽃나무들은 우연히 나무시장에서 사다 심은 것을 이듬해 봄에 보니 모두 흰색 꽃이었다.
나는 흰색을 좋아한다. 백색은 꾸밈없이 순결하고 주변의 뭇 잡색들에 현혹되지 않는다. 철이 되어 온 세상이 녹색과 적색으로 변해도 자신은 절개를 변치 않는다. 그 고고한 자태에서 도인(道人)같은 귀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주위와 남다른 선명성을 보이면서도 화사하며, 또 꽃이 질 때에도 상대적으로 추하지가 않다. 백일홍은 석달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지지 않고 피어있다 해서 ‘백일홍(百日紅)’인데 우리집 것은 모두 흰색이니 차라리 “‘백일백(百日白)”이라 부르는 편이 낫겠다. 그리고 철쭉도 지천에 흔해빠진 것이 분홍색인데 우리집 것은 거의 전부가 흔치도 않은 백철쭉들이니 금상첨화다. 흰색의 철쭉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색깔이 그렇게 깨끗하고 고울 수가 없다. 떨어져서 보면 흰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이 수정고드름을 품고 있는 것 같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그 맑고 깨끗한 자태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꽃이 질 때에도 생긴 그대로 꽃만 쏘옥 빠져서 땅에 떨어져 있다. 일반 분홍색 철쭉은 질 때 보면 우중충하고 더러운 갈색마름으로 변해서 지저분한데 백철쭉은 결코 그렇지가 않아서 좋다.
그러면 꽃은 왜 피는 것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하겠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벼꽃은 큰일을 하고도 수집음이 많아서 그런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온갖 색깔의 꽃이 다 있는데도 왜 검은색 꽃은 없는가?
식물이 꽃을 피우는 목적은 아메바처럼 이분법 번식을 하지 않는 한, 씨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곤충들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벌과 나비는 분명히 꽃의 색깔을 구별하는 눈이 있는 것이다. 꿀도 없고 색깔도 별 볼일 없는 식물은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정받이를 하는 벼꽃과 같은 풍매화이다. 그러나 벼는 벌나비 없이도 사람들이 소중히 가꾸고 유전시키니 가장 성공한 식물에 속한다.
색깔과 관련하여서는 우리가 보는 색은, 타색의 빛은 흡수하고 자기색의 빛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나타내는 것이다. 흰색은 모든 빛을 다 반사하여 나타난 색이며, 검은 색은 모든 빛을 다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나타난 색이다. 우주의 블랙홀이 모든 것을 다 잡아먹는 죽음의 홀일 것처럼 검은색은 불길한 색, 음험한 사람, 죽음의 색으로 인식되어 온다.
옛날 학창시절에 대구의 모 여고에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흑장미클럽”이라는 여학생 깡패조직이 있다고 들었다. 검은색 꽃은 그런 곳에만 존재하는 꽃이다. 꽃은 그렇더라도 식물의 열매나 뿌리가 검은색이 있다. 그리고 동물도 오골계, 흑염소처럼 색깔이 검은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은 정력제로 약효가 있다고 한다.
사람도 하얀 꽃과 같은 사람과 검은 꽃과 같은 사람이 있다. 남의 말은 모두 듣고 정보를 수집하여 챙기면서도 자기는 속마음을 절대 표현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 그런 부류이다. 그런 사람은 음흉한 마음을 가지고 사태를 관찰하며 상황이 바뀌면 여지없이 새로운 쪽에 “그리여!” 하고 배신할 사람이다. 결코 마음을 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그런 사람은 사는 동안에 개인적으로 늘 불행하기 마련이다. 대소그룹을 불문하고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그런 곳이야말로 불랙홀공동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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