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삭감 득? 실? 보은군의원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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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삭감 득? 실? 보은군의원들의 딜레마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7.04.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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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보은군의회 6대에서 부의장을 지낸 김응선 전 의원이 2013년 1차 추경예산 심의를 앞두고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으로 한 말이다.
“의회의 지위와 권한 중 예산안 심의는 집행부의 일방적인 독주와 과속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 장치와도 같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서는 전액을 삭감하고 과다 계상된 예산은 일정액을 감액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병행할 수 있다. 그리고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행정도의상 한번 삭감된 예산안에 대하여는 추경에 원안 그대로의 재상정을 철저히 금하고 있는 것은 불문율과도 같은 고정화된 관행이다.”
“당초 예산안에서 부결된 안은 내용이 보완되거나 변경된 수정안이 아니라면 당해 연도 회계에 재상정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군의 역점사업으로 재상정이 불가피한 사안이라면 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동의를 구하는 등의 사전 조율이 선행된 후 재상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의회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식의 의회 경시, 무더기 재상정은 앞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이번에 상정된 추가경정 예산안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말 2013년도 당초예산안과 수정예산안 의결 시 삭감된 17억1900만원의 45.3%에 해당하는 15건 7억7900만원이 재상정되었고 그 외에도 일부내용이 유사한 변칙 안으로 증액된 예산이 포함되어 있는 등 문제의 심각성에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예산안 심의 및 의결 결과는 선택사항이 아닌 강제이행 사항으로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일방적으로 무시되거나 번복하려는 것은 의회의 위상과 권위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3만4000명 보은군민을 모독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당시 김응선 의원에게 물었다. 예산심의권을 쥐고 있는 의회가 설령 집행부가 상의 없이 삭감된 예산을 재상정할지라도 의회 뜻대로 심의하면 될 텐데 뭘 걱정 하냐고. 김 의원은 내부에도 화살을 돌렸다. “의원들 뜻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진다”고 했다. 관점에 따라 다수결에 따라 또는 이해득실에 따라 심의가 오락가락한다는 얘기다.
거칠 것 없어 보였던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보은군의회 재진입에 실패했다. 주민들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주변에선 “과감한 의정활동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올해 1차 추경예산안 심의 후 보은군의회 내홍이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다.
다음은 보은 주재기자의 얘기다. “보은군 전체예산 중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가 되겠는가. 보은군은 국도비를 받지 않으면 자체 예산만으로는 어떤 사업도 하기 어려운 지자체다. 그러다보니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보은군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돈은 누가 써도 쓰는 돈인데 못쓰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지 않은가.”
“예산을 삭감하면 해당 분야의 주민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예산 삭감 권한을 휘둘러서 득 될 게 별로 없다.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자신이나 지역구 활동에도 순탄하다. 그렇다고 의원이 예산을 안 깎기도, 반대로 깎는 것을 뭐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예산을 갖고 만지작하는 것이 그들이 하는 일인데... 표로 승부를 거는 선출직의 딜레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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