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상’ 부르짖던 동학보은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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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상’ 부르짖던 동학보은집회
  • 최동철
  • 승인 2017.04.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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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1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모두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큰소리를 낸다. 특히 지지도가 월등히 앞서있는 두 후보 중 문재인은 ‘나라를 나라답게’, 안철수는 ‘국민이 이긴다’를 부르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4년 전인 1893년4월26일(음력 3월11일), 보은군 장내리에서도 이 같은 부르짖음이 있었다. 무능과 부패로 나라답지 못해 외세에 휘둘리던 왕정에 ‘보국안민’과 ‘척왜양창의’를 외쳤다. 세계사를 바꿔놓은 근대적 민중항쟁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왕정의 탄압을 피해 몰래 선교활동을 해오던 동학 교단이 교세 확장에 자신을 갖고 힘을 과시하기 위해 대대적, 공개적 집회를 가진 곳이 국토의 중앙이라 할 보은군 장안면 장내리였다.

북접, 남접 등 전국 팔도의 동학교도 약2만3천여 명이 운집했다. 그리고 ‘동학의 공인(公認)’ ‘척양척왜’를 주장했다. 또 인권과 평등사상을 주창했고 양반과 상놈 구분의 ‘반상제도’, 적자와 서자 차별의 ‘적서제도’를 부정했다.

백범 김구 선생도 보은 취회에 참석했다. 황해도 해주지방 접주 자격이었다. 제2대 교주 최시형으로부터 ‘팔봉도소접주’라는 첩지를 받는 등 북접 계열로 동학교문 활동을 했다.

백범과 도마 안중근의 만남도 동학이 인연이 됐다. 보은집회 이듬 해, 일본군이 경복궁에 침입하는 등 갑오경장과 내정간섭을 일삼자 동학은 전국단위의 제2차 농민봉기를 일으켰다. 이 때 황해도 해주성을 공략했던 동학군의 지도자가 바로 백범이 개명 전 이름인 김창수다.

또한 이 때 민병대를 조직하여 동학군을 토벌한 유력자 중 한 사람이 안태훈이다. 인물이 인물을 알아보듯 안태훈은 김창수가 아까운 인물이라 여겨 도움을 주었고, 이후 친분을 가지게 된다. 안태훈의 장남이 훗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영웅, 안중근이다.

자신을 정당화하기위해 쿠데타를 동학농민혁명에 빗댄 대통령이 있다. 최근 촛불민심의 힘에 의해 대통령 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다. 1963년10월3일 박정희 '최고회의의장'은 녹두장군 전봉준의 고장 전북 정읍시의 동학혁명기념탑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동학혁명은 부패와 당파 싸움, 그리고 사대주의에 물든 탐관오리들의 도약에 항거한 최초의 대규모 서민혁명으로서 정신은 길이 계승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5.16혁명도 이념면으로 동학혁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어떠한 정부도 백성을 잘 살리는데 근본목표를 삼아야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백성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녕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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