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하야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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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하야 성명
  • 최동철
  • 승인 2017.03.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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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달 10일 탄핵,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의 딸’이자 첫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의 영예를 누렸던 박 전 대통령은 이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갖게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역사의 첫 탄핵, 파면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닌 이승만 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나와 있듯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사실상 임시와 제1·2·3대 등 4번의 대통령 직을 역임했다. 그 중 한 번은 파면 성격의 면직을 당했고, 또 한 번은 의원(依願) 사직을 했다. 탄핵과 면직은 상해에 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임시대통령 때였다.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제42호에는 대한민국임시헌법에 따라 임시의정원 심판위원회가 밝힌 이승만 대통령 탄핵 사유가 다음과 같이 게재되어 있다.

‘이승만은 외교를 구실로 하여 직무지를 마음대로 떠나 있은 지 5년에, 바다 멀리 한쪽에 혼자 떨어져 있으면서, 난국수습과 대업의 진행에 하등 성의를 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허황된 사실을 마음대로 지어내어 퍼뜨려 정부의 위신을 손상하고 민심을 분산시킴은 물론…’

‘임시헌법에 의하야 의정원의 선거를 받아 취임한 임시대통령이 자기 지위에 불리한 결의라 하야 의정원의 결의를 부인하고… 이와 같이 국정을 방해하고 국헌을 부인하는 자를 국가 원수의 직에 두는 것은 대업의 진행을 기하기 불능하고 국법의 신성을 보존키 어려울뿐더러…’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은 1925년 3월11일 이승만 대통령 탄핵을 결의했고, 임시의정원 심판위원회는 18일 주문과 같이 심판했으며, 3월23일 면직시켰다. 면직은 해고, 해임, 해직이니 파면과 같은 동의어다.

한편 공교롭게도 1962년3월23일은 4대 윤보선 대통령이 하야(下野)한 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육군소장이 5·16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내각제 하의 민주당 정권은 붕괴됐으며 이듬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부득불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각설하고, 면직이든 사직이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한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등 역대 대통령은 하야하는 날 직접 성명을 냈다. 어쨌든 큰 지도자 역할을 역임했던 당사자로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국민의 협력을 당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례인 것이다.

헌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야 이후 말 한마디 없었다. 고작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검찰 출두당일에야 나왔다. ‘국민이 화합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했으면 얼마나 멋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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