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오용(誤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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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오용(誤用)
  • 최동철
  • 승인 2017.03.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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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라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고자 일제의 총칼에 스러지며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던 ‘삼일절’의 98돌 되는 날이었다. 그 날 한민족은 어설프지만 손수 만든 태극기를 손에 들고 휘날리며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일치단결, 중심에는 태극기가 있었다.

태극기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로 처음 사용된 때는 1882년, 조선의 고종 19년째다. 그 해 5월22일에 체결된 조미수호 통상조약 조인식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 대국(大國) 노릇했던 청나라는 천자의 상징이자 국기인 용기(龍旗)를 약간 변형해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조선은 태극 문양만을 흰색 바탕에 빨강과 파랑으로 그려 넣은 ‘태극 도형기(太極 圖形旗)를 임시 국기로 사용했다. 그 후 국기 제정의 필요성을 느낀 조정은 ’태극 도형기‘에 사방팔방(四方八方) 의미의 8괘를 첨가해 ’태극 8괘기‘를 만들었다.

1882년 9월 박영효는 고종의 특명전권대신 겸 수신사로 이 국기를 지니고 일본으로 가던 중 선상에서 8괘 대신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만을 그려 넣은 '태극 4괘기'로 개작했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일본 고베의 숙소 니시무라야(西村屋) 옥상에서 처음으로 휘날리게 했다.

고종은 1883년 3월6일 왕명으로 이 '태극 4괘 도안'의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공포했다. 그 후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뒤,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에서는 1942년 6월29일 국기제작법을 일치시키기 위해 '국기통일양식'을 제정·공포한 바 있다.

이어 나라를 되찾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1949년 1월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해 같은 해 10월15일 현재의 '국기제작법'을 확정·발표했다. 새삼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다음과 같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태극문양은 음(陰-파랑)과 양(陽-빨강)의 조화를 상징한다. 우주만물이 음양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 했다.

모서리의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의 조합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건'괘는 우주 만물 중에서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는 물을, '리'괘는 불을 각각 상징한다. 동시에 고종황제가 뜻한 바대로 4괘는 동서남북, 사방을 지칭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을 중심으로 만물이 음양적 조화를 이룬다는 윤리적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태극기를 든 일부 사회집단의 적대적 사회부조화 행태를 보면 태극기의 오용이 심각한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특정 이익집단의 시위도구로 전락했다.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까 걱정이다. 광풍이 빨리지나가 숭고한 태극기의 의미가 되찾아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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