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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7.02.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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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 다른 시골 동네에서는 보기 어려울 만큼 넓고 곧바른 길이 동구 밖부터 마을 한 복판을 가로 지르고 있어 나는 평생을 이 길을 오가며 살아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원래는 왜정 때 자동차가 다니는 신작로였는데 마을을 감고 도는 하천 때문에 비가 내려 물이 불으면 차가 다닐 수 없게 됨으로 그렇다고 다리를 놓으려면 남북으로 양쪽에 긴 다리 두 개를 놓아야 하는데 지금 같으면 야 그렇게 했겠지만 당시 사정으로는 그 것이 어려워 마을 좌편에 있는 바위산을 떨어 하천을 매립 해 새 길을 내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차도로는 쓸모가 없게 되어 마을길이 되었는데 지금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 되어 있다. 그리고 마을 우편으로도 길이 하나 더 있는데 옛날에는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가려면 이 길이 지름길이었기에 밤낮으로 행인이 끊이지를 않는 대로였다는데 그래서 지금도 그쪽을 주막 뜸이라 하고 그 길을 떡 전 거리라 부르고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옛 어른의 말에 따르면 철도가 처음 놓여 질 때 이 길도 후보지의 하나여서 측량까지 했었다고 했는데 만일 그 이야기대로 이 길에 철도가 놓여 졌다면 지금은 고속전차가 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지금은 평범한 농로에 불과 하지만 옛날 보통 사람들의 이동 방법이 걷는 것밖에 없을 때 이 길을 오고 간 수많은 나그네들의 괴나리봇짐 속에는 청운의 꿈도 있었겠지만 대개는 나름대로의 고달픈 삶의 인생이 담겨 있었을 것이고 애환의 사연들도 짚신 발자국 마다 따라 다녔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명곡 중 하나인 “나그네 설음”도 이런 연유에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중들의 애창곡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고속도로가 없던 옛날에는 일반 도로도 아스팔트는커녕 대개가 자갈길이어서 자동차도 덜컹덜컹 힘들었는데 가끔 여행을 한다든지 나들이를 나서게 되면 지금 우리나라 도로가 참 잘 되어 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포장도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고속도로는 사통팔달 고리처럼 연결 되어 있으며 네비게이션 이라는 길잡이가 있어 어디 든 쉽게 찾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런 길도 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기 마려인가 보다. 지난 설 때 이야기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하여 경기도 가평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잘못 입력하여 한참을 헤매다가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게 되었고 또 올 때는 도로가 정체되어 예상보다는 한 시간도 넘는 늦은 시간에 집에 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길은 사람이 다니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옛날에는 그저 우마차나 다닐 수 있으면 족했을는지 모르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도로가 만들어지고 철길이 놓이고 바다에는 뱃길이 그리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가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길이든 주어진 길로 잘 다녀야지 그 길을 벗어나면 헤매거나 자칫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은 나그네라 하는데 나그네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길은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 라는 뜻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처럼 이는 사람이 가야하는 길이 따로 있다는 말인데 길을 가다보면 가시밭길이나 자갈길 같은 고난의 길을 가야 할 때도 있겠고 때로는 힘든 고갯길을 오를 때도 있겠어도 어느 때는 평탄한 길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고속도로와 같이 확트인 인생길도 달릴 수 있게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도 쉬지 않고 길을 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쉽게 고속도로와 같은 좋은 길에 이르려고 지름길 만 찾다보면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거나 막힐 수 있고 또 길이 좋으면 좋을수록 지켜야 할 교통 법규도 더 엄격해지고 사고 위험도 더 많아져서 조심해야 되니 이런 것들도 생각 하면서 돌아가거나 좀 쉬면서 가는 지혜도 필요 할 것 같다.
지난 가을 증평 좌구산에서 모이는 충북 문인협회 행사에 참석 차 꼬불꼬불 고갯길을 가다가 쉼터가 있어 차를 세우고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니 멀리 저수지와 어우러진 가을 하늘과 산이 너무 좋아 그 기억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도 이런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길이 좋으면 좋은 대로 가기는 수월 하겠어도 앞 만 보고 가야하니 주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것 보다는 들길이나 산길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가노라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이런 여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내가 가는 이 좁은 길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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