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가 없던 옛날에는 일반 도로도 아스팔트는커녕 대개가 자갈길이어서 자동차도 덜컹덜컹 힘들었는데 가끔 여행을 한다든지 나들이를 나서게 되면 지금 우리나라 도로가 참 잘 되어 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포장도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고속도로는 사통팔달 고리처럼 연결 되어 있으며 네비게이션 이라는 길잡이가 있어 어디 든 쉽게 찾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런 길도 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기 마려인가 보다. 지난 설 때 이야기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하여 경기도 가평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잘못 입력하여 한참을 헤매다가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게 되었고 또 올 때는 도로가 정체되어 예상보다는 한 시간도 넘는 늦은 시간에 집에 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길은 사람이 다니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옛날에는 그저 우마차나 다닐 수 있으면 족했을는지 모르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도로가 만들어지고 철길이 놓이고 바다에는 뱃길이 그리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가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길이든 주어진 길로 잘 다녀야지 그 길을 벗어나면 헤매거나 자칫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은 나그네라 하는데 나그네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길은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 라는 뜻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처럼 이는 사람이 가야하는 길이 따로 있다는 말인데 길을 가다보면 가시밭길이나 자갈길 같은 고난의 길을 가야 할 때도 있겠고 때로는 힘든 고갯길을 오를 때도 있겠어도 어느 때는 평탄한 길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고속도로와 같이 확트인 인생길도 달릴 수 있게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도 쉬지 않고 길을 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쉽게 고속도로와 같은 좋은 길에 이르려고 지름길 만 찾다보면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거나 막힐 수 있고 또 길이 좋으면 좋을수록 지켜야 할 교통 법규도 더 엄격해지고 사고 위험도 더 많아져서 조심해야 되니 이런 것들도 생각 하면서 돌아가거나 좀 쉬면서 가는 지혜도 필요 할 것 같다.
지난 가을 증평 좌구산에서 모이는 충북 문인협회 행사에 참석 차 꼬불꼬불 고갯길을 가다가 쉼터가 있어 차를 세우고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니 멀리 저수지와 어우러진 가을 하늘과 산이 너무 좋아 그 기억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도 이런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길이 좋으면 좋은 대로 가기는 수월 하겠어도 앞 만 보고 가야하니 주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것 보다는 들길이나 산길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가노라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이런 여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내가 가는 이 좁은 길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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