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종과 두 아들 맹호,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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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종과 두 아들 맹호, 상호
  • 최동철
  • 승인 2017.01.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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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 장신리에 비룡소(飛龍沼)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옛날 옛적 이곳 물웅덩이에서 용이 승천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약 300년 전 밀양 박씨 일문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충북도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박기종 고가’는 그의 8대조가 건축했다는 초가형태의 집이다.

아호가 용운(龍雲)인 박기종은 슬하에 2남5녀를 뒀다. 천생 반골인 그는 보은의 제일가는 부자였고 큰 일꾼이기도 했다. 제5대 국회 민의원에 당선된 지 9개월 만에 5.16 군사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래도 끝내 야당만을 고집해 ‘지조와 절개의 정치인’이라 불렸다.

그러한 와중에도 24살 때부터 시작한 정미소를 기반으로 대동물산, 보은교통 등 유통업과 운수사업을 창업하여 지역 발전의 선각자 역할을 했다. 특히 보은자영고의 전신인 보은농업중학교 설립을 주도하고 용운장학회를 운영하는 등 지역인재양성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용운이 81세 때인 91년, 후손들에 남긴 유언은 이랬다고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앞으로 교육사업과 문화 사업에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욕심을 부리지 말며 근면 성실한 자세로 고향발전을 위해 일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22일 84세를 일기로 별세한 용운의 큰아들 맹호는 명실공히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거목’이었다. 50여 년간 한국 출판계를 선도해 왔다. 세계문학전집, 세계시인선 등을 출간한 민음사를 창립했다.

어린이 전문도서로 유명한 ‘도서출판 비룡소’, 과학도서의 ‘사이언스 북스’ 외에 유능한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오늘의 문학상’, ‘김수영 문학상’ 등이 모두 민음사의 인과에서 탄생했다.

다만 아쉬움이 한 가지 있다. 굴지의 출판기업인으로 대성했지만 정작 고향 보은을 위해서는 크게 기여한 바가 없었다. 2010년 3월 보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도서출판 비룡소의 거점지로서 도서전시장 등 생태공원을 비룡소 일대에 조성하고 싶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던 듯 지난 해 6월 장신리 일대 임야 2만2409㎡(6,778평)를 보은군에 기부채납 했다. 군민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 주길 희망했다.

상호 또한 보은 발전 기여자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위인이다. 충북여객, 신흥운수, 보은관광, 대일관광, 보은교통, 죽전 정부양곡 도정공장, 원남 미곡종합 처리장, 성지리 건조 저장시설, 이평리 정부양곡 보관창고, 주유소, 속리산 레저타운, 서당골 관광농원 등이 모두 그의 사업체였다. 충북도의원 등 정치에 맛 들면서 공든 탑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좌우지간 그 역시 용운 못지않게 오늘날 보은지역 발전의 주춧돌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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