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유감(有感)
상태바
신년사 유감(有感)
  • 최동철
  • 승인 2017.01.12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7>
새해설계나 각오 등, 새해인사를 겸한 신년사가 발표되는 시절이다. 무릇 매년 그러하듯이 각 기관 단체장의 신년사 대부분은 천편일률적이다. 일과성 통과의례와 다름이 없다. 그러다보니 형식이나 내용 또한 엇비슷하다. 그저 그런 신년사일 뿐이다.

아무런 감동이나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더러 고사성어를 인용해 각성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곁가지일 뿐이다. 오로지 ‘올해는 이렇게 할 터이니 알겠느냐’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일방적 통보다. 허장성세 미사여구뿐이어서 염증이 날정도의 신년사도 있다.

정상혁 보은군수도 지난 주,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는 지금껏 벌려놓은 사업을 마무리할 중요한 해’라면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5대 역점시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내용을 들여다본 즉, 정말로 식상할 정도의 ‘하겠다’ 일색이다.

첫째, 신뢰받는 믿음직한 군정 둘째, 활기찬 지역경제기반 구축 셋째, 소득증대와 인정 넘치는 농촌 넷째, 고품격 문화·관광·체육기반조성 다섯째, 군민이 행복한 복지정책 등의 세부항목을 세세히 볼라치면 ‘하겠다’에 중독되어 버릴 듯하다.

올 연말, 보은군의회에서는 집행부를 상대로 묻고, 따지고, 호통쳐야할 의정활동이 넘칠 것 같다. 집행부가 이런 식의 대군민 정책약속을 표방했으니 군의회는 군민을 대신해 일일이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하겠다’를 ‘왜 못했는지’ ‘왜 안했는지’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폐일언하고, 재작년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런 천편일률적 신년사 대신 ‘어머니 이름으로’라는 자작시를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치단체장의 신년사는 통상적으로 한 해 주요 사업에 대한 전망과 목표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원 지사는 이 틀을 과감히 깨고 시로써 제주도민에게 한 해의 계획을 알리고 희망을 갖게 했다.

‘누군가의 첫 발자국 기다리던 달처럼/누군가의 첫 발자국 기다리는 눈밭처럼/아무도 못 가 본 그 길//을미년이 열렸습니다./눈보라가 혹독하면 매화 향 더 진하듯/보십시오./이제 제주는 대한민국의 시작입니다./동북아 관문을 여는/시대의 합창입니다.//독새기도 둥그려야 빙애기 된다 합니다./사람도 둥그려야 쓸메 난다 했습니다./자연과 문화의 가치도/키워야 보석입니다.//그렇습니다./2015년 새해 새 아침에는/어머니 이름으로 이 땅의 꿈을 심읍시다./서로가 서로의 가슴에 새해를 선물합시다.’

원 지사는 자작시에서 ‘독새기’(달걀) ‘빙애기’(병아리), ‘쓸메 난다’(쓸모 생긴다) 등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사용해 도민과 소통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 얼마나 멋진 풍류인가. 정상혁 군수도 등단 문인으로서 내년 신년사는 멋스러운 글을 기대해도 괜찮을 성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