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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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울음소리
  • 최동철
  • 승인 2017.01.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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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닭은 고고한 울음소리로 가장 먼저 새벽을 알리는 동물이다. 벼슬을 꼿꼿이 세우고 주저 없이 적을 상대하는 용기, 모이를 찾으면 혼자먹지 않고 식솔 모두를 불러 함께 먹는 다정스러움, 제 역할은 반드시 해내는 성실함 등 세 가지 덕성을 지녔다.

불교에서 닭의 이미지는 깨달음이다. 또한 악을 물리치는 ‘군다리보살’의 화신이기도 하다. 마음속에 잠재되어 나를 해치는 세 가지의 나쁜 본성인 ‘탐진치(貪瞋癡) 즉, 탐욕과 분노(옹고집)와 어리석음을 다잡아주는 수호신 역할이다.

한편 큰 의문에 부딪혀 우울증 환자처럼 방황하던 서산대사에게는 깨달음을 주었다. 대낮에 닭이 홰치며 크게 우는 소리를 듣는 순간 확연히 의문이 풀렸다고 한다. ‘머리칼은 희어도 마음 안 희다고/ 옛 사람은 누설한바 있거니와/ 이제 외마디 닭 울음소리 들을작시면/ 장부의 할 일 모두 마쳤어라’란 오도송을 남겼다.

기독교에서도 닭 울음에 의미가 주어진 적이 있다. 예수가 제자 베드로에게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예언했고 그대로 됐다. 베드로는 닭울음소리를 듣고서야 통곡하며 회개했다. 자기의 믿음이 허울뿐이었음을 깨달았다.

환언하여, 닭의 습성에도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유별난 서열의식과 나와 직계가족 이외의 개체에 대한 배려의식이 거의 없다. 허긴 무리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다 그러하지만 닭은 특히 유별나다.

이를테면 서열 낮은 닭이 모두 모이를 먹고 난 뒤에 비로소 남은 것을 먹기 시작해도 몇 놈이 달려와 사정없이 쪼아버린다. 자기의 욕구조건을 이미 충족했더라도 아래 것들이 자기 것을 가져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설사 썩어 문드러져 버려지더라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닭에게는 아쉽게도 불인지심(不忍之心)을 기대할 수가 없다. 불인지심이란 맹자가 한 말로 ‘인간으로서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한 어린아이가 엉금엄금 기어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그것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놀라 달려가서 그 아이를 보듬어줄 것이다. 이는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져 죽는 것을 차마 내버려두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불인지심이고 인간의 본성이다.

닭에게는 이 같은 본성이 없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대개 닭의 습성 방식이 늘 승리하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개인의 능력이나 인간 됨됨이가 중요시되는 사회인 것처럼 강조되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로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자신의 무리들 이익만을 추구한다. 올 한해 ‘군다리보살’의 화신인 닭울음소리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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