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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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박영신
  • 최동철
  • 승인 2016.12.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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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낼모레면 2016년, 병신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7년 새해는 주작(朱雀)의 해라 할 수 있는 붉은 닭 즉, 정유년(丁酉年)이다. 사람들은 이때쯤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한다.

헌데 요즘은 시절이 하 수상해서인지 ‘송박영신(送朴迎新)’이란 촛불행렬의 피켓 문구가 눈에 쏙 들어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녀의 성씨를 따 ‘박(朴)을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의미로 변형시킨 것이다.

그만큼 촛불민심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겨울 날씨라 매우 춥고 쌀쌀한 편임에도 촛불행렬은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모두 9차례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9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했다고 한다.

10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인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31일 밤에는 누적 참가자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주최 측과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촛불집회의 민심은 나라의 주권자로서 ‘하늘을 대신하여 바름을 행하다’는 ‘체천행도(替天行道)를 실행 하는듯한 모양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군주민수(君舟民水)’와도 같은 의미다. 군주민수는 '순자(荀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이 대통령 하야를 위해 거리로 나섰고, 결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이끌어낸 상황을 빗댄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이 성어를 추천한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과 이름이 같은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다.

어쨌건 그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며 "역사를 변화시키고 전진시키는 첫 발은 촛불을 나눠 밝히려는 너와 나의 용기와 권리선언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추천이유를 설명했다.

‘군주민수’와 선정 경합을 벌였던 나머지 사자성어를 보더라도 올해의 정국과 세태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황당 허탈하고, 괘씸하고, 부아가 치솟게 했는지 알게 해준다. 세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했고, 공무원 인사도 제멋대로였으며, 반대급부로 재벌 돈도 양껏 갖다 썼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었다. 하늘의 뜻 즉, 민의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는 의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순리라 할 수 있는 법과 질서를 깡그리 무시하고 역행하여 국민을 우롱한 행위가 대부분이다.

어쨌거나 며칠 후면 묵은해는 가고 새해가 온다. 혼돈 뒤 질서가 생기고, 종기를 도려내야 새 살이 돋듯, 잘못된 것은 과감히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하늘의 이치이고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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