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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 새로 만든 유행어는 ‘다사시대(多死時代)’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7%를 넘기면서 그만큼 사망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미 2011년도에 사망자수가 126만 명으로 출생자 수를 훨씬 웃돌았다. 일본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향후 3년 뒤, 2020년부터는 매년 사망자 수가 150만 명에 이르러 출생자 수의 두 배에 달할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다사시대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새로운 사회현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기존 화장터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 사망자 수요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즉, 죽은 뒤 화장장을 수배하는 것은 이미 늦다. 여행자가 사전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듯, 죽기 전 미리 화장장을 예약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데 실상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전예약을 하려해도 성수기 관광지에 빈방 없듯 빈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사망 후 장례식을 치른 뒤라도 제 때 화장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를 기다리는 유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유족들을 위해 신종 사업인 사자(死者)호텔도 생겨났다. 장례식이나 화장을 할 때까지 사망한 시신을 안치해 두는 시신보관사업이다. ‘유체(遺體)호텔’이라는 이름의 한 시신보관소는 24시간 기준으로 우리 돈 약 10만원의 이용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보은군의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대비 점유율은 무려 29.76%다. 베이비부머 시작세대로 일컬어지는 1953년생이 노인세대에 편입되는 2018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노인도 증가하고 사망자도 늘 것이다. 일본 사회의 오늘이 머지않아 보은군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어쩜 고인(故人)이 되고나서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비로소 화장터 신세를 진 뒤 북망산천에 흩뿌려지든가 묻히게 될지 모른다. 허기야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고, 인생 또한 주어진 한 평생을 살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고민해야 할 문제는 죽은 뒤가 아니라 죽기 전, ‘어떻게’가 될 것이다. 장차 보은지역 사회에 곧 죽을 노인이 즐비한 ‘다사시대’가 온다 해도 그건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해 버리면 끝이다. 정작 노인들이 걱정해야 할 일은 ‘여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일 것이다.
생애 말기 환자 2,500명을 돌본 일본의 호스피스 의사 가시와기 데쓰오는 그의 저서 ‘살아있음’에서 ‘나눠주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평안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같다’면서 ‘나눠주는 것 중에서 가장 값지고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즉, ‘시간을 자신에게만 사용하는 사람은 모으는 삶을 살며,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은 나눠주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면서 ‘나눠주는 여생’의 인생 마무리를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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