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수상(殊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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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殊常)
  • 남광우(보은신문 이사)
  • 승인 2016.11.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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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이 어수선한데 날씨마저 스산하다. 지난 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충격이었다. 6.25전쟁 이후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은 우리나라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나라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 평소 한국에 날을 세우던 인물이 되니, 국정이 혼란스런 이때 안보와 경제에도 예측불가의 내우외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허둥대는 위정자들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간 북한보다 몇 십 배 예산을 쓰고도 자주국방을 이뤄내지 못한 대한민국의 벌거벗은 자화상이다.

사실 김정일이 2011년 12월 69세의 나이로 돌연히 사망한 후 그의 아들 김정은이 집권을 시작할 때 만해도, 많은 이들은 ‘저 친구가 아버지 보단 낫겠지. 민주주의가 아름답게 꽃 핀 유럽에 유학하면서 민주주의가 뭔지, 자유가 뭔지를 만끽했으니, 그가 집권하면 북이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 것도 사실이다. 5년이 지난 지금, 꿈은 사라졌다.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가천대학 학생 30여명은 스위스에 김정은이 다닌 베른국제학교 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명성 높은 귀교에서 그(김정은)에게 기본적인 인권과 사람다운 가치의 존중을 가르쳤을 것 아니냐, 그런데 그의 등극 이후 북한에선 많은 고위관료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숙청되었고, 고모부이자 후견인이던 장성택은 재판이나 변호의 기회도 없이 처형되었다’며 ‘이런 행동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예의나 배려, 인간성 결핍에 따른 것이니만큼 귀교의 책임이 없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실망스런 일은 북의 지도자만이 아니다. 국민 절반이상의 지지로 당선된 이 나라 대통령이 국가위기의 주범이 되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 남북관계만 하더라도 이유 불문하고 이전 정부보다 더욱 악화됐다. 북한 핵은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미사일의 위력은 더욱 커졌으며, 남북 화해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의 문은 닫혔다. 남과 북의 잘못된 지도자들로 인해 평화에 대한 희망은 사라져가고, 그들이 국민을 수렁에 빠뜨렸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나는 직장(재향군인회) 관계로 일 년에 수차례 통일교육원 등지에서 전문가들로부터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듣고 있다. 또 육.해.공군을 비롯한 안보관련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책을 받아 본다. 근간 11월 모 잡지에 “위기에 처한 국가안보”라는 칼럼이 실렸다. 거기 인용된 미국의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라는 교수의 말이 가히 충격적이다.

“다투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핵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할 경우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대들다 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리 항복하는 것이다”

이어 칼럼은 ‘북한은 핵으로 남한을 초토화시키려는 게 아니다. 북한은 자신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될 경우 전쟁을 벌일 필요도 없이 한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도저히 핵무장한 북한과 일전불사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의 핵 위협 앞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이 노예처럼 살 것이 아니라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과연 우리의 위정자들이 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입동(立冬)이 지났다. 올 겨울 유난히 춥다는 예보다. 400년 전의 시조 한 편이 생각난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몰린 임금에게 주전론을 주장하며 끝까지 싸우자던 김상헌(1570-1652)의 시다. 이후 그는 청나라에 끌려가 고초를 당한다. 그가 한양을 떠나며 썼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 수상(殊常) ; 보통 때와 달리 괴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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