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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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꿈을 꾸다
  • 최동철
  • 승인 2016.11.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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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개인 저마다는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가난한 농부는 늘 부농 되길 꿈꾼다. 서민은 중산층에 하루빨리 진입하길 원한다. 부자 역시 권력도 쫓고 재물도 쫓으며 더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달성이 곧 행복이라고 모두는 생각한다. 대체로 그러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메르지에의 이론에 자본주의 사회구조에서 맨 위에는 재벌이 자리한다. 거대한 몸집만큼 사회적 입김도 세고, 권력과 상부상조 덕에 갈수록 비대해 진다. 하지만 간접적 영향 탓에 직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중간에 존재하는 그룹은 항상 ‘얼굴 없는 범인들’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 정치인, 고위공직자, 종교권력, 비대언론 등 기득권이 대거 포함된다. 각자의 권력을 활용해 부를 축적하고 계속적인 신분유지나 상승을 노린다.

마지막은 소외와 빈곤이라는 ‘지옥’행이 선고된 저주받은 하층민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함께 속한 극빈층과의 거리를 보다 멀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그룹이다. 극빈층으로 전락할까 두렵고 자신의 있는 것마저 빼앗길까 두렵다. 이들에게 극빈층은 두려움과 적의의 대상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나마 사회적 유대감이 있었다. 이웃 간에 조촐한 음식이나마 나눠먹었다. 잔칫날이나 제삿날에는 소량의 음식을 담아 문 앞에 둠으로써 극빈자나 행려병자들을 배려하기도 했다. 서로 주고받는 인사말도 ‘진지 드셨습니까?’였다.

헌데 배금주의가 팽배한 요새의 신 풍속은 ‘나는 가난뱅이가 아니다’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고가의 월세 집에서 살고, 외제차를 몰며, 비싼 명품을 들고 입고 신는다. 아직 중산층도 아니지만 하층은 더더욱 아니다. 곧 신분이 수직상승하여 ‘신데렐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및 직장 내 위상이 낮고, 경제적 자원이 넉넉하지 않으며, 문화자본에서 소외된 계층’이 바로 서민이라고 프랑스 사회학자 올리비에 슈바르츠가 분류했지만 포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빚을 내는 무리수를 두더라도 서민지역을 벗어나려 한다. 또 하나의 무리수는 자녀교육에 둔다. 공부 지능이 높든 낮든, 예능의 소질이나 재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류학교 등에 진학시키려 모든 걸 건다. 대부분의 결과는 참담한 좌절과 실패뿐이다.

최근 빚어진 최순실 게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헛된 꿈이 자신을 망치고 자식교육을 그르쳤으며 결과적으로 국정을 농단한 계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자식의 신분상승을 위해 무리한 처신을 일삼았다. 모든 걸 얻으려 했으나 모든 걸 잃게 될 처지가 됐다.

성경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란 말이 있다. 명성, 재물, 권력, 쾌락 등 무의미한 헛된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그 삶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라는 답을 주고 있다. 탐욕 끝에는 결국 헛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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