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뽑은 인재 한명이 조합의 운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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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뽑은 인재 한명이 조합의 운명을 바꾼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11.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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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4300명, 자산 1830억 원, 직원 60여명, 관할구역 6개면인 남보은농협에게 상임이사 제도는 맞지 않는 옷인가. 이 제도를 채택한지 10년이 되어가지만 그동안 정광범-이원복-박성열 상임이사 중 어느 누구도 명예스럽게 퇴임한 이가 없다. 그래도 어쩌랴. 자산 1500억 원 이상인 조합에게 상임이사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인데. 허약한 인재풀이라지만 혜안을 갖고 옥석을 고를 수밖에.
남보은은 마로, 탄부, 삼승농협이 합병할 당시인 지난 2006년 상임이사제를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2년 만에 상임이사제는 조합장이 임명하는 전무체제로 되돌렸다. 당시 초대 정광범 상임이사는 2년 임기를 보낸 후 재신임을 묻는 대의원 찬반투표에서 거부당했다. 연봉 6~7천만 원이 아깝다는 게 상임이사를 내보낸 배경이다. 통합으로 남보은은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관리비가 상승한데다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못 내면서 초기부터 상임이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자랐다.
남보은이 상임이사제를 한동안 회피한 이유다. 그렇게 버티다 농협중앙회의 패널티를 의식, 2014년 마지못해 뽑은 상임이사는 돈 봉투 사건에 휘말려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임기를 보냈다. 뒤를 이은 박성열 상임이사도 아들 인사문제로 6개월 만에 해임당하는 불명예를 안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대의원 총회에서 단 1표 차로 해임된 박 전 상무는 해임안 처리를 앞두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들고 나오면서 이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입김이 해임에 결정적 단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사실이라면 남보은이 합병 초창기부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엄두조차 못 냈던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최근 남보은인사추천위원회가 박창하 감사를 상임이사로 추천했다는 소식이다. 상임이사 선출이 공전을 거듭하다 네번째 공모 끝에 추천자가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전 감사는 오는 30일 열리는 남보은농협 임시총회에서 참석대의원의 과반 이상을 얻으면 상임이사에 오를 수 있다. 그는 1973년 회인농협을 시작으로 1999년 수한농협 과장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한성 RPC에서의 근무와 통합 전 삼승농협 조합장과 2006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어 2008년부터 세 번 내리 남보은 감사로 활동하다 상임이사 출마를 위해 감사직을 내려놓았다. 오랜 감사였기 때문에 작금의 조합운영과 무관할 순 없겠지만 내부사정에는 훤하다. 주변에선 언변이 좋으며 사람을 다룰 줄 알고 대외활동이 활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말을 돌려 남보은 임원들이 상임이사 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구하는데 왜 궁색한지 의아하다. 돈이 많이 들어 인재영입을 못할 처지라면 차라리 비상임조합장으로 가던지. 내부적으로 이해관계에 얽매여 구미에 맞는 인재만을 구하려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순수 개인의 관점이지만 김철구 전 보은농협 상임이사의 경우 조합장의 뜻과 맞지 않아 밀려났지만 보은농협을 살찌웠다. 과거의 인물로 돌려세울 수도 있겠지만 카리스마 넘치고 추진력과 감각도 갖고 있다. 또 농협이란 조직과 유통망에 정통하고 인맥 또한 전국구인 이종석 전 농협중앙회 본부장의 스펙이라면 2년 연속 적자, 그리고 올해 쌀 사태로 큰 적자가 예상되는 위기의 남보은에 실무책임자로 새 기반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느 때보다 자질과 소신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때이다. 잘 뽑은 경영자 한명이 조합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리더를 잘 못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보고 있지 않은가. 연봉 6400만원이 아깝다는 발상으로 명목적인 상임이사를 내선 진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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