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은은 마로, 탄부, 삼승농협이 합병할 당시인 지난 2006년 상임이사제를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2년 만에 상임이사제는 조합장이 임명하는 전무체제로 되돌렸다. 당시 초대 정광범 상임이사는 2년 임기를 보낸 후 재신임을 묻는 대의원 찬반투표에서 거부당했다. 연봉 6~7천만 원이 아깝다는 게 상임이사를 내보낸 배경이다. 통합으로 남보은은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관리비가 상승한데다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못 내면서 초기부터 상임이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자랐다.
남보은이 상임이사제를 한동안 회피한 이유다. 그렇게 버티다 농협중앙회의 패널티를 의식, 2014년 마지못해 뽑은 상임이사는 돈 봉투 사건에 휘말려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임기를 보냈다. 뒤를 이은 박성열 상임이사도 아들 인사문제로 6개월 만에 해임당하는 불명예를 안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대의원 총회에서 단 1표 차로 해임된 박 전 상무는 해임안 처리를 앞두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들고 나오면서 이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입김이 해임에 결정적 단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사실이라면 남보은이 합병 초창기부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엄두조차 못 냈던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최근 남보은인사추천위원회가 박창하 감사를 상임이사로 추천했다는 소식이다. 상임이사 선출이 공전을 거듭하다 네번째 공모 끝에 추천자가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전 감사는 오는 30일 열리는 남보은농협 임시총회에서 참석대의원의 과반 이상을 얻으면 상임이사에 오를 수 있다. 그는 1973년 회인농협을 시작으로 1999년 수한농협 과장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한성 RPC에서의 근무와 통합 전 삼승농협 조합장과 2006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어 2008년부터 세 번 내리 남보은 감사로 활동하다 상임이사 출마를 위해 감사직을 내려놓았다. 오랜 감사였기 때문에 작금의 조합운영과 무관할 순 없겠지만 내부사정에는 훤하다. 주변에선 언변이 좋으며 사람을 다룰 줄 알고 대외활동이 활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말을 돌려 남보은 임원들이 상임이사 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구하는데 왜 궁색한지 의아하다. 돈이 많이 들어 인재영입을 못할 처지라면 차라리 비상임조합장으로 가던지. 내부적으로 이해관계에 얽매여 구미에 맞는 인재만을 구하려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순수 개인의 관점이지만 김철구 전 보은농협 상임이사의 경우 조합장의 뜻과 맞지 않아 밀려났지만 보은농협을 살찌웠다. 과거의 인물로 돌려세울 수도 있겠지만 카리스마 넘치고 추진력과 감각도 갖고 있다. 또 농협이란 조직과 유통망에 정통하고 인맥 또한 전국구인 이종석 전 농협중앙회 본부장의 스펙이라면 2년 연속 적자, 그리고 올해 쌀 사태로 큰 적자가 예상되는 위기의 남보은에 실무책임자로 새 기반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느 때보다 자질과 소신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때이다. 잘 뽑은 경영자 한명이 조합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리더를 잘 못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보고 있지 않은가. 연봉 6400만원이 아깝다는 발상으로 명목적인 상임이사를 내선 진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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