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도 오적(五賊)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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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도 오적(五賊)이 문제다
  • 최동철
  • 승인 2016.09.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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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대한제국 시절, 나라 팔아먹은 대표적 매국노(賣國奴)를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한다. 국가의 녹봉을 받는 벼슬아치로서 일제의 ‘을사조약’을 찬동한 자들이다. 학부대신 이완용, 외부대신 박재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등 반역자를 일컫는다.

시인 김지하가 이들을 빗대 판소리같은 담시 ‘오적’을 1970년5월 월간지 ‘사상계’에 발표했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시절이라 불리던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다. 사상계를 창간한 이는 후일 실족 의문사로 알려진 뒤 37년 만에 타살 흔적있는 유골로 발견된 장준하다.

장준하는 일제 때 학도병으로 징집되었다가 나중에 고대총장을 지낸 김준엽과 함께 탈출하여 중국군에 입대했다가 광복군에 들어간 사람이다. 혈서로 일제천황에 충성을 맹세하며 친일군인이 되었던 박정희와는 대비됐다.

그런 연유에선지 ‘오적’ 발표 4개월 뒤인 9월29일 ‘사상계’는 폐간됐다. 작가와 발행인, 편집인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당대의 석학 이항녕, 선우휘, 박두진, 안병욱 등이 나서 ‘용공’이 아닌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공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변론했지만 헛일이 됐다.

어쨌든 김지하는 ‘오적’으로 당시의 사회 현실을 용기있게 비판한 ‘시대의 영웅’이 됐다. 필화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지만 필명을 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작품을 통해 그는 재벌,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오적'이라 일컫는다.

그들을 모두 '犬(개 견)'자가 들어가는 신조어 한자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탈을 쓴 짐승으로 등장시킨다. 이들은 짐승답게 부정부패와 호화판 방탕생활을 ‘간땡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 동탁 배꼽같은 천하 흉포’처럼 한다.

부정부패를 척결할 임무를 부여받은 포도대장(경찰 또는 사법부의 비유)은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을 잡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매수된다. 오적을 고해바친 죄 없는 민초 '꾀수'를 무고죄로 몰아 감옥에 집어넣고 자신은 도둑촌을 지키는 주구로 살아간다.

오늘날도 변한 것은 별로 없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일곱 번째 새 정권이 들어섰지만 ‘오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군사독재시절 발호하던 ‘장성’이 다소 잠잠해진 대신 유별난 종교, 언론 등 신종부류가 더해져 요즘은 오히려 ‘오십적’ ‘오백적’할 정도까지 됐다.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부터 유명 언론인, 전·현직 국회의원까지 차량 등 각종 생활 경비를 법인 명의로 지출하는 등 변칙 탈법으로 교묘히 절세한다. 일부 대기업 총수 가족들은 협력업체로부터 수십, 수백억 원대의 ‘통행세·자릿세’를 뜯었다. ‘갑질’은 다반사로 해댄다.

법조계도 망가질 때로 망가졌다. 돈 한 푼 안들이고 120억 원을 번 ‘주식 대박 검사장’ ‘레인지로버 부장판사’ ‘스폰서 부장검사’까지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군대 안 가려고 아예 국적까지 포기한 고위 공직자 자식들이 북한 핵 위협 때문에 더 늘었다고 한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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