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枝紅(일지홍) / 석북 신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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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枝紅(일지홍) / 석북 신광수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9.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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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6】
사랑은 생산 없는 투자라고 했다. 경제적인 논리치고는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독차지 했다. 그것이 부모 형제 자식 친지도 관계치 않는다.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인은 임을 만나기 위해 말머리를 돌려 평양을 거쳐 성천으로 향했다. 맑고 고운 여인의 얼굴에 맑은 미소와 방긋 웃어 보이는 그 자태가 비단결 속에 파묻혀 있었음으로 느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일지매 말도 잘해 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보고파서 말을 타고 삼백리 길 찾았더니
밝고도 고운 얼굴이 비단 속에 숨어 있네.
成都小妓一枝紅 錦繡心肝解語工
성도소기일지홍 금수심간해어공
飛馬馱來三百里 校書郞在綺羅中
비마타래삼백리 교서랑재기라중

일지홍을 그리며(一枝紅)으로 번역하여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1775)로 궁핍과 빈곤 속에서도 전국을 두루 유람하며, 민중의 애환과 풍속을 절실하게 시로 노래했다. 그의 저서 [석북집]은 시인으로 일생을 보내면서 지은 많은 시가 실려 있어 민중의 곁에 가깝게 다가섰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성도(성천)의 어린 기생 일지홍은 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말은 어찌 잘하는지, 내가 말을 타고서 삼백리 길을 찾았더니, 교서랑(기녀)은 곱디 고운 비단 속에 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에 보인 교서랑(校書郞)은 정9품에 속한 벼슬이름이다. 임을 만나기 위해 머나 먼 길 말을 몰아 달려온 사내가 있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달려왔다. 쉴틈도 없이 오직 만나야한다는, 그리고 사랑의 언어를 마음껏 조탁(彫琢)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쌓였던 사연이 얼마나 넘치고 깊었던지 곱게 빚어 놓은 술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사연 속에 쓰여진 위 시는 그가 지은 [관서악부]에 전한다.
시인이 성천의 기생 일지홍을 만났다. 비단결 같은 마음씨에 곱고 고운 입술로 말도 잘해 애간장을 녹였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자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성천까지 삼백리 길을 일시에 달려서 찾아왔다.
화자는 보고 싶은 마음 하나만이 있어 달려왔으니 고운 자태 이외엔 아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예뻤으면 대상의 얼굴이 곱디 고운 비단 속에 있었겠는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말머리를 매놓고 못내 이별이 아쉬워서 밤새 마신 빈 술독만 쳐다보며 있었을까.
【한자와 어구】
成都: 성도. 성천 지명임. 小妓: 작은 기녀. 어린 기녀. 一枝紅: 일지홍. 錦繡: 비단결. 心肝: 마음과 정성. 解語工: 말을 잘 하다.
飛馬馱: 말을 타다. 來: 오다. 여기서는 찾다. 三百里: 삼백리 머나먼 길. 校書郞: 교서랑. 여기서는 일지홍을 뜻함. 在: 있다. 綺羅中: 곱디 고운 비단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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